주택, 임대주택 마련 등으로 퇴직연금 중도 인출 심각…중도 인출 제한하는 규제 필요
수익률 향상과 추가 납입으로 개인연금 규모 키워야…퇴직연금 규모에 따른 연금수령 양극화도 '문제'
수익률 향상과 추가 납입으로 개인연금 규모 키워야…퇴직연금 규모에 따른 연금수령 양극화도 '문제'

퇴직연금과 연금계좌(개인형 IRP+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이 성장하고 있지만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적연금은 중도 인출과 해지, 1%대의 낮은 수익률, 추가 적립의 부재 등으로 노후 대비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적연금이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표적인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은 7.1%에 불과했다. 대부분(92.9%)의 경우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연금은 3층 구조로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1층에는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2층은 회사와 반반 부담하는 퇴직연금, 3층은 개인 스스로 보장하는 개인연금(IRP 등)이 있다. 이 중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사적연금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통계에서 전체 가구의 대부분(91.6%)은 공적연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적연금인 퇴직연금(52.3%), 세액공제형 개인연금(39.7%), 세액비공제형 개인연금(23.0%)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적게 나타났다.
한국의 사적연금이 노후 대비로 사용되지 못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중도 인출과 이직 시 해지가 빈번하고 추가 적립과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원칙적으로는 중도 인출이 금지돼 있지만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임대주택 마련, 본인 혹은 직계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을 요구하는 질병, 본인의 파산 및 개인회생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중도 인출이 허용된다. 문제는 주택 구입과 임차의 이유로 중도 인출이 허용되면서 가입인이 거의 횟수 제한 없이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또 IRP계좌에 입금된 적립금도 이직이나 퇴직 시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 IRP계좌에서도 계속 누수가 발생한다. 실제로 연금 개시가 가능한 55세 미만자가 IRP를 해지한 경우는 인원 기준으로 99%, 금액 기준으로는 98.4%에 달한다. 이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이직 시 IRP로 이전된 다음 대부분 은퇴 전까지 보존되지 않고 계좌가 해지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에서 발간한 ‘공적연금 개혁기 사적연금의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연구원들은 “퇴직연금이 은퇴 후 노후소득원으로 활용되려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누수 없이 은퇴 시점까지 유지·운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중도 인출이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적연금, 특히 퇴직연금의 누수가 심각한 또 다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적연금이 노후자금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규모가 작은 가입자의 경우 일시금으로 연금을 수령하고, 규모가 큰 사용자들은 연금으로 수령하는 등 사적연금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연금으로 수령된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억8858만원으로 나타난 데 비해 일시금 수령 계좌의 평균 수령액은 1615만원으로 연금 수령계좌 적립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매년 연소득의 8.3%씩 적립되는 퇴직연금만으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충분한 노후소득을 적립할 수 없다. 따라서 사적연금 규모를 키우려면 개인이 연금계좌 등에 추가로 납입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연금계좌에 연금자산을 적립하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은 14%, 납입자의 평균 납입액은 308만원으로, 활성화율이 저조하다. 퇴직연금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5년 연평균 운영 수익률은 1.96%,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2.39%에 불과해 가입자들에게 자산증식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약 1%에 머문다. 퇴직연금 가입 유인이 낮은 이유 중 하나다. 수익률이 높으면 복리 효과로 퇴직금을 오래 유지했을 때 수령 금액이 많아진다.
스웨덴과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적연금 활성화도가 높아 사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급여가 불안정한 지금, 한국도 부족해진 노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사적연금 활용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