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 규모가 연간 10만 명, 보험금 1조원대에 달하지만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기로 선량한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상승하는 등 피해가 늘고 있지만, 실형 비중은 10건 중 단 2건에 그치는 실정이다. 오는 8월 14일에는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과 금융당국의 조사권 강화를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그러나 처벌 수위와 관련한 내용은 빠져 여전히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과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1심 형사재판에서 처리한 보험사기 재판 결과를 보면 일반사기죄에서 유기징역의 실형이 선고되는 비중은 60.8%, 보험사기죄의 경우 22.5%에 그쳤다. 또 ‘벌금형 및 벌금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중을 보면, 일반사기죄는 7.5%에 그친 반면 보험사기죄는 39.6%에 달했다. 다수에 피해를 주는 보험사기죄와 일반사기죄의 경중을 따져봤을 때 여전히 ‘벌금형’의 비중이 높고 ‘징역형 실형’의 비중이 낮다는 분석이다.
기소 이전에 검찰의 처분 결과에도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2023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2022년에 7385명이 보험사기죄로 검찰 처분을 받고 2845명이 기소됐다. 이 중 1616명이 구약식(벌금)으로 처리됐고, 기소된 경우의 절반이 넘는 56.8%가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기소된 사람은 1460명 중 1268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불기소된 경우에는 무려 86.8%에 달하는 사람이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참고로 일반사기죄는 기소된 경우 중 구약식의 비중이 30.9%, 불기소된 경우 중 기소유예의 비중이 61.8%다.
처벌 수위를 비웃듯 보험사기는 매년 10만 명 이상이 적발되고, 1조원 이상의 보험금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1조11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6억원(3.2%) 증가한 수준이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10만9522명으로 전년 대비 6843명(6.7%) 늘었다. 보험종목별 적발 금액을 보면 자동차보험(49.1%)과 장기보험(43.4%)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자동차보험에서 보험사기가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간 장기보험에서의 적발 금액이 가장 많았으나, 작년에는 자동차보험에서의 적발 금액이 대부분이었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적발 금액은 5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771억원(16.4%) 늘어난 반면 장기보험에서의 적발 금액은 4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8억원(6.5%) 줄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 적발 금액을 보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고 내용 조작(59.3%)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허위사고(19.0%), 고의사고(14.3%) 순이었다. 증감률을 보면 사고 내용 조작 유형은 전년 대비 1.0% 소폭 줄었지만, 허위사고와 고의사고가 각각 11.0%, 3.0% 늘었다. 세부 유형을 보면 사고 ‘진단서 위·변조 및 입원수술비 과다청구’(18.2%), ‘자동차사고 운전자·피해물·사고일자 조작 및 과장’(17.6%), ‘음주·무면허 운전’(12.9%), ‘질병의 상해사고 위장’(11.5%) 등의 유형이 두드러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치만 봐도 보험사기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일반적인 사기죄보다 훨씬 낮다”면서 “보험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만큼, 처벌 수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