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는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이 8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을 단행할 경우 '실기론'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정도 경기하락 방어를 위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압박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미국 연준의 빅컷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 통화정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등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25%p 인하 확률을 35.5%로, 0.50%p 인하를 64.5%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은 연준이 9월 FOMC에서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기준금리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한은 금통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8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의 9월 회의 결과를 반영해 이르면 10월 또는 11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한은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이달과 10월, 11월 등 연내 세 차례 남아있다. 연준 역시 9월과 11월, 12월 등 세 차례 남겨두고 있다. 한은이 8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만약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연준이 9월 빅컷을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당국의 선제적 금리 인하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미국처럼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가 금리 인하에 대한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길 기대한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한은이 8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결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갈 경우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한은법상 임시 금통위는 의장(총재)이나 금통위원 2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열린다. 경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경우 한은은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변경한다.
가장 최근 임시 금통위가 열린 것은 2020년 3월이다. 한은은 당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내린 바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