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금리 낮추고 싶어도 못 내릴 수도…통화정책 제약 우려"

한국은행은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지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면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금융 불균형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실물·금융 부문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4일 발표한 '초고령화에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한은이 공개한 경제전망보고서에 수록된 것으로, 한은 경제연구원 이재원 원장과 황인도 금융통화연구실장 등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두 요인만으로 한국 성장률이 2040년대부터 1%를 밑돌 것 이라고 예측했다. 또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1.71명, 72.2세) 수준을 유지했다면 2024년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지금보다 약 1.4%포인트 높았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고령화 추세가 실질금리를 1.4%포인트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고령화는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OECD 국가 7000여개 은행의 1997∼2023년 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65세이상 인구 비율)가 1%포인트 상승하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은 0.64%포인트 하락했다.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1인당 소득성장률, 실질금리, 주택가격 상승률이 모두 낮아져 은행의 수익성이 줄고, 이를 메우기 위해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도 복합적인 제약을 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는 성장률과 실질금리를 하락시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높일 수 있으나, 동시에 금융기관의 수익성 저하 및 건전성 악화를 초래함으로써 금융안정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성장률과 실질금리가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경우, 환율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소지도 있고 실질금리의 구조적 하락은 기준금리 조정 여력을 제약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한은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 출산율 회복을 위한 구조적 지원과 제도 개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전반의 개혁 등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시나리오 별로 분석한 결과 출산율이 OECD 수준으로 회복되고, 고령층 고용 확대로 생산성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할 경우 실질금리와 성장률은 2025~2070년 중 연평균 약 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 OECD 평균은 1.51명이다.
황인도 한은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책 운용에서의 구조적 제약도 완화될 것"이라면서 "성장 활력이 제고되면 차주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강화되면서 금융안정 기반이 견고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