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 가격인상 효과에 대미 수출물량 더 줄어들 것"
경상흑자 감소 전망도…협상 카드·타결 여부 관건
경상흑자 감소 전망도…협상 카드·타결 여부 관건

미국이 상호관세 시점을 내달로 연장하면서 우리나라 0%대 성장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호관세 25%에 품목별 관세 부과까지 현실화한다면 수출 타격과 경상수지 흑자 감소가 불가피해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완충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가 어떤 협상카드를 제시해서 유리한 관세협상을 이끌어내느냐에 성장률 전망 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내달(8월 28일) 새 성장률 전망치 발표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협상 전략에 대한 시장의 학습 효과로 ‘타코 트레이드’(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가 재개됐다”면서 “3주의 추가 협상 기한으로 낙관적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미 수출 시장의 변화는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621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수출 비중은 18.7%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수준이라 타격이 작지 않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의 절상 압력에 따른 대미 수출품 가격의 상승 가능성과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품 가격 인상 효과로 미국의 수출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미 관세 영향에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반도체 수출이 호황인 데 따라 연간 경상 흑자는 820억불을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규모는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이 같은 관세전쟁 재점화 우려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우리 성장률이 1%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차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P) 끌어올릴 수 있겠으나 1%대의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 역시 0.5~1% 사이의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도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반영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7~8월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대선 직후 “작년 말에 제시한 GDP는 1.8% 성장 수준인데, 현재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1% 미만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조업 재건 등 협상 카드를 잘 활용해 관세 협상이 최대한 유리하게 타결되는 방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열린 포럼에서 “첨단산업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 등을 부각해 관세 협상을 경제‧안보 연대로 끌어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오는 1일까지 주요 교육 파트너 국가와 끝판 협상을 통해 관세 협상이 타결된다면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할 것”이라며 “7월을 상호관세 리스크가 확산하는 국면이 아닌 본격적인 해소 국면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