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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흥국생명, ‘부동산 운용 왕좌’ 노린다…이지스 인수전 ‘1조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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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흥국생명, ‘부동산 운용 왕좌’ 노린다…이지스 인수전 ‘1조 베팅’

지분 최대 98% 매물로…생보사 ‘2파전’에 글로벌 자본까지 가세
예비입찰서 1조 제시한 한화·7200억 실탄 확보한 흥국 ‘정면승부’
AUM 66조8천억 독립운용사 최대어…밸류에이션·우발부채가 변수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2파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이미지 확대보기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2파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이지스자산운용 사옥 전경. 사진=이지스자산운용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 1위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전이 본격화됐다.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사실상 ‘2파전’을 벌이는 구도로 굳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생보사 모두 수익성 정체·장기 부채 부담 등 고질 구조 문제를 안고 있어, 안정적 실물자산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본격화하면서 시장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고 김대영 전 회장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 지분 12.4%,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66.6%, 여기에 대신금융그룹(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을 더한 총 98% 규모다. 사실상 회사 전체가 새 주인을 찾는 셈이며, 인수 금액은 당초 5,000억 원대에서 8,000억~1조 원대 수준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에는 한화생명·흥국생명 등 국내 보험사 2곳에 더해,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계 부동산 운용사 캐피탈랜드 등 2~3곳의 해외 자본까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설립 이후 10여 년 만에 국내 1위 부동산운용사로 올라선 대체투자 강자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첫 해외 자산을 매입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 66조8,000억 원으로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혔다.

업계에서는 한화·흥국의 2파전 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최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며 상반기 투자손익이 전년 대비 74.6% 급감했고, 운용자산이익률 역시 3.2%로 업계 평균에 미달한다. 내부적으로 최고투자책임자(CIO) 체제를 개편할 만큼 투자 부문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대체투자 플랫폼을 흡수해 운용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장기부채 부담 속에서 투자손익을 늘리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최근 흥국코어리츠에 종로 사옥을 매각해 7,200억 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 9월 단행한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까지 감안하면 인수전에 투입할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흥국자산운용·흥국화재·흥국증권 등 계열사와 교차 시너지도 인수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8월 예비입찰에서는 한화생명이 1조 원 규모의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본입찰에서도 두 생보사가 적극적 경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국내 대체투자 지형을 흔드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2019년 코람코자산운용이 LF그룹에 편입된 데 이어, 이지스까지 생보사 품에 들어갈 경우 독립계 대형 운용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운용업계가 2020년 이후 침체를 겪었지만, 오히려 장기 자금을 굴리는 보험사에게는 저점 매수에 가까운 진입 시기”라며 “누가 이지스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국내 대체투자 판도가 재편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연내 선정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상반기 소유권 이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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