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고가차 사고 과실 적어도 배상액 더 높아”…국민 77% 車보험 ‘배상 기준’ 불신

글로벌이코노믹

“고가차 사고 과실 적어도 배상액 더 높아”…국민 77% 車보험 ‘배상 기준’ 불신

과실 10%도 배상 책임…차량 가격 따라 부담액 역전 가능
사고 경험자 34.9% 과실비율도 못 믿겠다…결과 불만 더 커
국민들 다수가 현행 자동차보험 배상 구조에 불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민들 다수가 현행 자동차보험 배상 구조에 불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사고에서 과실이 더 적은 운전자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이른바 ‘배상 역전’ 현상에 대해 국민 다수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차 수리비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신이 크게 확산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7일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배상 구조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85.5%는 현행 제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해 사실상 대다수가 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자동차보험은 ‘순수비교과실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사고 당사자 간 과실 비율에 따라 손해액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과실이 1%라도 있으면 상대방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문제는 차량 가격 및 수리비 차이로 인해 과실이 더 적은 운전자라도 부담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실 비율이 상대방 90%, 본인 10%인 사고에서 상대 차량이 고가차일 경우, 수리비 자체가 크게 차이나면서 결과적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가 ‘덜 잘못했는데 더 내는’ 결과로 이어지며 국민 체감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실비율 산정 자체에 대한 불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사고 경험자 기준 과실비율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4.9%로, 약 3명 중 1명 수준이다. 그러나 ‘배상 결과’에 대한 불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실 산정 과정 자체보다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구조에 대한 불만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예상한 과실비율과 실제 결과가 다른 경우’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예상과 실제가 다를 경우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19.0%로, 차이가 없는 경우(6.9%) 대비 약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납득 가능성’이 신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현행 제도가 법리적으로는 합리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체감 측면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과실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 차이 날 경우 배상 책임을 제한하거나, 차량 가격·수리비 격차를 반영한 보완 장치 도입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순수비교과실제는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고가차 중심의 수리비 구조와 결합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공정성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배상 결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실 기준과 손해 배분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