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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없으면 '세계8위 무역대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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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없으면 '세계8위 무역대국'도 없다"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


[스페셜] 신태용 한국수입업협회장


수입 사치품목은 10%, 대부분 수출 돕는 원자재ㆍ자본재


구매사절단 요청 쇄도…"정부지원 5억서 20억 증액" 바람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한국은 지난해에 유럽발 금융위기를 헤치고 2년연속 연간 무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세계무역 8강에 올라섰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지난해 전세계와 거래한 교역액 총 1조677억달러 가운데 수출만 있는게 아니다. 수출액은 총 5481억달러이며, 수입액은 5196억달러로 28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과 수입의 규모는 엇비슷했다.

일반국민들은 수입이 왜 그리 많냐고 반문하며 우려를 나타낼 것이다. 국민들이 수입하면 가장 먼저 고급외제차, 수입쇠고기, 유명 핸드백이나 시계 등 고가의 사치품이나 식품안전 관련 수입산 음식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수출에 의존해 경제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그만큼 수입의 역할과 순기능이 매우 중요함으로 알리고, 수출과 수입 간 균형 성장을 이끄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수입업협회(KOIMA:Korea Importers Association)가 한국 무역의 반쪽을 선도하고 있는 단체이다.

수입업협회는 올해 3월에 조직의 새 수장인 제19대 회장으로 신태용(67) ㈜한신ITC 대표이사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수입업 현황과 협회의 주요 사업을 자세히 설명했다.

무역 1조달러의 한 축으로 세계 8위 무역대국 한국을 떠받치며 수출에 필수불가결한 원자재 및 에너지 자원의 확보 및 수입에 기여하고 있는 수입업협회를 3년간 이끌어 나갈 신태용 회장으로부터 수입의 경제적 의미와 수입업협회의 비전을 정리해 본다.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이지난3월26일서울용산협회회의실에서스콧와이트먼주한영국대사의내방을받고양국간교역확대방안을논의한뒤악수를하고있다.[사진=한국수입업협회]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이지난3월26일서울용산협회회의실에서스콧와이트먼주한영국대사의내방을받고양국간교역확대방안을논의한뒤악수를하고있다.[사진=한국수입업협회]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은 수입업협회를 소개해 달라

“수입업협회는 지난 1970년 당시 산업통산자원부 산하의 비영리 사단법인 ‘수출입오퍼협회’로 출발했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수입업에 종사하던 선배들은 직접 수입 업무를 하기 어려웠다. 달러도 없어 국내에 필요한 각종 섬유기계류와 약간의 원자재를 들여올때 중간에서 중개하는 이른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1978년 ‘한국무역대리점협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한·일 월드컵대회가 열리던 2002년에 현재의 ‘한국수입업협회’로 명칭이 다시 변경됐다. 이후에 우리나라의 교역량이 커지면서 수입 규모도 커졌고 당연히 협회가 한국수입 중심단체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협회에 8000개 수입업체가 가입해 있는데 이들 회원사의 연간 직수입액이 국내 전체 수입의 70%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액이 수출액과 맞먹는데, 수입 하면 사치성 고가 소비재를 국민들이 먼저 떠올리며 걱정한다

“국민들이 고가의 자동차, 핸드백, 구두, 넥타이, 시계, 와인 등을 맨먼저 수입과 직결시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내의 수입품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체 약 5200억달러의 수입액 중 63%를 원자재가 차지한다. 원유를 포함해 석탄, 철강, 목재, 면화, 양모, 펄프 등이 수입액의 대부분이다.

나머지 40% 가운데 30%가 자본재다. 즉 기계 등 설비류가 원자재 다음으로 많다. 결국 수입 전체의 10%만이 국민들이 우려하는 소비재에 해당한다. 수입의 90%를 국내 산업발전과 수출 증대에 들어가는 원자재, 기계류가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원자재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수입이 없으면 수출은 힘들다. 소비재도 일부 고가 사치품을 제외하고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것들이다.

또한 수출을 많이 늘리려면 일정 정도 우리 제품을 많이 판 나라의 원자재나 제품을 사줘야 한다. 가령 지난해에 국산차가 미국에 67만대 가량 수출했는데, 외국차 수입은 크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한국 자동차를 몇 백만대씩 수출하면서 외제차 수입을 적게 하면 어느 나라가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일부 소비재 수입품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품질이 좋아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을 좀더 윤택하게 해 주는 역할도 한다.”

-수입의 순기능을 좀더 설명해 주신다면

수입이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앞에서 얘기했는데, 수입은 물가조정 기능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배추가 흉작이 나면 외국에서 배추를 들여와 물량과 가격을 맞춰야 국민들이 고통없이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습니다. 고추나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입의 순기능이 필요한 것이지요.

협회와 수입 종사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국민과 정치인, 정책입안자들이 이같은 수입의 순기능을 잘 인식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며, 자동차의 앞, 뒤 바퀴 관계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국내 정치인, 정책입안자들도 수입의 경제적 가치를 정말 모르고 있더군요. 3월 초순 취임식때 제가 수입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는데, 참석했던 모 대기업 종합상사의 대표한테서 다음날 전화가 왔어요. 자신이 종합상사 대표인데도 국내의 일반수입품목 비중이 10%밖에 안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전해 왔습니다. 그러니 일반국민이 수입에 대해 얼마나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수출과 수입 차이가 너무 나면 외국의 통상압력이 커집니다. 우리가 수출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한국과 교역해서 적자가 난 나라들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매일 수입업협회 회장실에 외국대사들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가 거의 172개국에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데, 이들 나라 대사나 사절단이 계속 찾아와서 한국이 몇억달러, 몇십억달러 흑자를 냈는데 수입 좀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찾아오는 외국 대사나 통상대표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협회 차원에서 해마다 5차례 구매(수입)사절단을 외국에 보낸다. 보통 한 번에 3개국씩 방문하니까 1년에 대략 열대여섯 나라를 가는 셈이며, 주로 우리나라가 대규모 흑자를 거두는 중국, 터키, 베트남,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다. 사절단은 그 나라에 가면 현지 TV방송국 등 취재진이 열띠게 취재하고, 방송으로 보도된다. "한국에서 수입하러 왔다"며 큰 관심을 나타낸다. 구매사절단 활동이 전개되면 몇 달 동안은 그 나라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통상압력이 낮아진다.

국내에는 현재 92개국에서 무역관을 상주시키고 있는데, 우리 협회에 '언제 우리 나라로 한국사절단을 보내느냐'는 독촉 전화가 빗발친다. 하지만 협회의 넉넉치 않은 재정 형편상 돈이 많이 드는 구매사절단 파견을 다 들어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횟수를 늘리려면 정부 부처나 코트라(KOTRA), 무역협회 같은 유관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매사절단의 활동으로 외국 통상압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수입업협회의 활동이 그만큼 중요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이지난3월11일서울남대문대한상공회의소를방문,손경식대한상공회의소회장과양기관의교류협력증진을논의하고있다.[사진=한국수입업협회]
▲신태용한국수입업협회장이지난3월11일서울남대문대한상공회의소를방문,손경식대한상공회의소회장과양기관의교류협력증진을논의하고있다.[사진=한국수입업협회]


-수출 지원은 코트라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데, 수입업협회와 코트라(KOTRA)를 비교한다면

"코트라는 해마다 정부로부터 2000억원 이상 지원받는데 반해 수입업협회는 고작 4억~5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코트라가 우리나라 수출 증대에 굉장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기업들은 자체 상품조달팀을 직접 파견하거나 해외 지사를 두고 해결해 사실 정부 지원이 필요치 않다. 수입업협회 정부지원금은 너무 작다. 협회장 임기 동안에 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것이다. 정부에서 연간 20억원만 지원해 주면 수입업협회는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코트라나 무역협회의 규모는 스타벅스 수준이라면, 우리 협회는 와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옛날 다방 수준이다. 물론 규모에 상관없이 내용 면에서 수입업협회는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지만, 어느 정도 위상에 걸맞는 시설을 갖췄으면 한다. 오죽하면 영국, 폴란드 주한대사가 방문했는데 접대하기가 창피할 정도이더라."

-회원사 8000개이면 회비로 재정이 충당 안되는가

"사실 전체 회원사 중 회비를 납부하는 기업은 3000개 가량에 불과하다. 1사당 연회비 15만원을 계상하면 협회의 순수 수입은 4억5000만원에 그친다. 그렇다고 회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입업협회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임기 중 역점사업을 소개해 달라

"협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자원 및 에너지 확보를 위한 신시장 개척사업이 있다. 외국정부의 통상장관, 외교관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곳이 수입업협회다. 한국에 자기 나라 상품을 수출하기 위한 파트너로 수입업협회를 인정하고 찾는 것이다. 우리는 외국정부 관계자를 만나면 역으로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원자재, 에너지, 수출 원료 및 소재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수입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회원사 중 작은 기업들은 무역분쟁이 일어나면 해결능력이 부족하다. 관세부터 제품 클레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회가 나서 변호사, 전문가를 고용한 가칭 '수입고충처리센터'를 신설해 도울 예정이다.

아울러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 협회 인력들은 대부분 외국어 1개 이상 구사하고, 무역실무에 밝은 우수 인재들이다. 이같은 유능한 무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청년 무역창업자, 2세 경영자를 교육시켜 전문 청년 무역가를 배출하고자 한다. 이미 2~3년전부터 수입전문가 과정을 개설, 인재를 키워 오고 있다."

-수입펀드 추진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게 있는지

" 수입펀드는 국내에 요구되는 필수 원자재, 에너지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세계의 자원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우리도 원자재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국가를 파악해 관련 정보를 입수해 수입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금력이 성패의 관건이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수입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며, 정부에도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선친이 독도 연구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데 간단히 소개해 달라

"선친 존함은 신동욱으로, 연세대 정법대학장 재직 시 한국 최초로 독도를 연구하신 분이시다. 1960년부터 독도 연구에 천착한 결과 1965년과 1968년에 논문을 차례로 발표하셨다. 대한민국 독도연구서 1호이자 원전에 해당한다. 돌아가신 뒤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연구서 원저가 워낙 낡아 3년 전에 편집인 회의를 만들어 사비로 수천권을 재발간해 외국 대사관과 국내 도서관 1020군데에 모두 전달했다. 한국어판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판을 제작해 전세계에 수십만권을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