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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ㆍ중견 기업인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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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ㆍ중견 기업인도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오정현 SSCP 前대표, 김성권 씨에스윈드회장 등 4명 10곳 확인

[글로벌이코노믹=이진우 기자] 해외 조세 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둔 국내 기업인은 대기업 출신만 있는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수천억원 매출의 강소기업, 어음 11억원을 못 막아 도산한 코스닥 중견기업,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납품업체 등의 경영주들도 조세 피난처에 자신과 가족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탐사보도 전문 독립언론 ‘뉴스타파’(www.newstapa.org)는 13일 오후 여섯 번째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취재로 확인한 국내 기업인 4명의 이름을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업인들은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 및 동국실업 대표이사, 오정현 SSCP(2012년 9월 최종 부도) 전 대표이사 사장.

이들 가운데 오 SSCP 전 대표는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현재 검찰에 고발돼 있는 상태로 회사 부도 이전에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4곳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자신과 장남 김창헌씨를 주주로 한 ‘에보니골드 매니지먼트’(EbonyGold Management Ltd.)라는 유령회사를 세웠다.

씨에스윈드는 세계 풍력타워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며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올린 강소기업.

뉴스타파는 “김 회장이 2008년 1월 골드만삭스 사모펀드로부터 472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한 달 뒤에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과 함께 서류 상 ‘joint tenants(합유 재산권자)’로 명기돼 있었는데, 이는 한 명이 사망할 경우 나머지 주주에게 회사의 모든 권리를 자동승계하도록 하는 관계를 의미해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사실상 상속이나 증여 목적일 것이라고 뉴스타파 측은 추정했다.

김창헌씨는 현재 씨에스윈드에 근무하며, 이 회사의 전체 지분의 6.3%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뉴스타파는 자체 확보한 PTN(Portcullis TrustNet) 내부 자료를 근거로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운 중개인(Master Client)이 골드만삭스 싱가폴 지점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김성권 회장은 “골드만삭스가 페이퍼컴퍼니 중개인도 아니며, 골드만삭스 싱가폴 지점에 계좌를 갖고 있지도 않다”고 해명한 것으로 뉴스타파는 전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관련, “해외사업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투자를 한 회사 쪽 사람이 제안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거래는 전혀 하지 않았고, 아들이 주주로 등재돼 있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오정현 SSCP 전 대표의 경우, 2005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3년 사이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4개를 설립했다.

SSCP는 전자제품 코팅소재와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중견기업이었다.

오 전 대표는 창업주인 부친 오주언 회장으로부터 SSCP의 대표이사를 물려받았지만 무리한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 경영 승계 10년 만에 어음 11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때문에 당시 회사 전체 주식의 약 50%를 차지했던 소액투자자 2000명 가량이 250억원(시가총액 기준)의 피해를 당했다.

더욱이 경영난을 겪던 와중에 SSCP는 2011년 주력사업인 코팅사업부 등 회사 자산을 매각했고, 총 1400여억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으로 오 전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인 410억원 가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DKNY, GAP, ZARA 등 유명 패션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노브랜드의 김기홍 회장도 2003~2008년 사이에 페이퍼컴퍼니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3개, 영국령 채널제도 저지섬 1개를 각각 세운 게 확인됐다. 4개 중 2개는 등기이사를 차명으로 등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페이퍼컴퍼니 2곳과 연결된 UBS 홍콩지사의 계좌 인출권이 김 회장과 부인 이선희 노블인더스트 대표에게 부여돼 있는 것과 관련, 뉴스타파는 실소유주를 숨기기 위한 수법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김기홍 회장은 ‘페이퍼컴퍼니의 존재는 인정하나 사업상 필요에 의해 설립했을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효상 갑을오토텍 및 동국실업 대표 역시 2007년 11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명이사와 본인명의의 실소유주를 등재한 페이퍼컴퍼니를 두었다. 박효상 대표는 갑을그룹 고 박재을 회장의 차남.

회사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는 오래 전에 설립된 것으로 이미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