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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헬리콥터 조수석의 재닛 옐런, 기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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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헬리콥터 조수석의 재닛 옐런, 기장 되다

내달 1일부터 미국 연준 의장 업무 시작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기자] 31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8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고 내달 1일부터 재닛 앨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이자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인물로 꼽은 사람이다. 한 마디로 향후 수년간 세계 경제는 그녀가 내뱉는 말에 따라 적던, 많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은 이미 지명자 시절부터 당찬 면을 보여줬다고 한다. 지난해 11월14일 당시 재닛 옐런 의장 지명자의 몇 마디 말들이 뉴욕 증시를 들었다 놨다 했다. 당시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아니 더 확대되던 국면이었고 세계 금융시장에 깜짝 등장한 그녀가 능수능란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말솜씨로 시장을 매혹시킨 것이다. ‘언제든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녀를 비둘기파(양적완화 지속파)로 몰려던 매파(양적완화 축소파)들에게 동류의식을 선사했고 12월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낮춰 당장의 혼란을 막으면서도 여전히 올해 1월 또는 3월의 가능성은 내비췄다. ‘양적완화는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대책’이라며 양적완화 축소를 위해 지금 양적완화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옐런은 애초부터 버냉키와 한 세트였다. 지난 2010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총재를 역임했고 이후에는 연준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버냉키와 함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함께 이끌어 왔다. 전세계 금융 전문가들이 옐런이 버냉키의 경기 부양책을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앨런 그린스펀, 밴 버냉키 전 의장에 세 차례 연속 유대인 의장이기도 한 옐런의 남편은 비대칭 정보를 이용한 역행적 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다. 옐런 역시 경제학자로서 모형을 통한 예측에 정평이 나 있다. 세상의 관심은 옐런이 미국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이끌지에 집중돼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과도 관련이 많다. 물가안정과 발권, 은행의 은행, 금융사 감독 등의 권한을 가지는 중앙은행(연준)이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포함할 것인가를 놓고 엘런 그린스펀과 밴 버냉키가 오랜 논쟁을 벌여왔다. 옐런은 이미 중앙은행이 그때그때 통화정책 여건 등에 따라 그 포함 혹은 관할범위가 변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버냉키 전 의장이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추진해온 것에 보조를 맞춰온 것이다. 즉 옐런의 시대에는 오히려 버냉키 시대보다도 더 통화정책에 자산시장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고용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과 고용창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Fed는 2012년12월 회의에서 물가안정 뿐 아니라 고용목표제를 도입했다. 이를 실무적 차원에서 고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주도했던 사람이 옐런이다. 옐런 시대는 분명 고용창출이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에 우호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녀의 유연한 사고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소위 ‘옐런 법칙’이다. 정책금리 조절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금융시스템과 시장경제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는 전통적 중앙은행 목표대로 인플레를 중시해 정책금리를 변경해 왔다. 기존 통화론자들은 정책금리를 변경할 때 ‘통화 준칙(monetary rule)’, 즉 목표 상한선을 정하고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앨런 룰’은 다르다. 이번에 FOMC에서도 테이퍼링을 축소하면서도 기준금리는 0~0.25%로 동결했다. 실업률이 6.5%를 넘고 최근 1~2년간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목표인 2%에서 0.5%p 이상 넘지 않는 한 유례없이 낮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0~0.25%)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옐런의 ‘제로’ 내지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에게도 넘어야 할 벽은 화합과 소통이다. 연준 내 매파와 비둘기파의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적완화 축소를 이어가려면 시장과 원활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연준의 기대만큼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랜디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공개시장 정책'보다는 '공개발언 정책' 즉, 정책을 말로 전달하는 방식이 주요한 통화정책 도구가 된 상황에서 옐런이 메세지를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옐런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메시지의 수준이 그녀와 미국 경제, 심지어 세계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