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집단소송제 확대 가능할까?

공유
0

집단소송제 확대 가능할까?

법무부 개정안에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글로벌이코노믹=곽호성기자] 법무부 주도로 진행 중인 집단소송제도 확대 적용 문제가 조만간 정부 최종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여 다시 한번 논쟁이 예고되고 있다. 재계는 소송 남발 우려와 기업부담 가중을 들어 반대하고 있고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민단체와 소장학자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집단소송제를 공정거래법 개정 대신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하고 법무부 주도로 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현행법 개정검토 법률명칭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금융투자상품 및 공정거래 집단소송법 소송가능범위 증권분야로 한정 기업 불공정거래 행위전반 변호사 소송대리 요건 3년 간 3건 3년 간 6건 소송 인단 요건 50명 이상 20~30명 이상 소송 인단 증권 보유 비율 0.01% 이상 폐지 핵심 주장 반대->기업 부담 과잉. 피해자는 실익 없이 변호사만 이익 찬성->기업 경영투명성 제고. 소비자 피해 배상 현실화.


집단소송은 피해자 집단 대표가 소송을 수행하게 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에게도 판결 효력이 적용돼 승소할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현재 증권 분야에만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기업들의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적발해도 기업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만 부과됐고 일반 소비자들은 개별 소송을 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법무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위원회 안을 보면 현재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금융투자상품 및 공정거래 집단소송법으로 명칭이 바뀔 예정이다. 현행 집단소송법은 상장 기업들의 잘못된 행위가 적발될 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시세 조종을 통한 주가 조작 같은 사안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법 및 불완전 판매 및 가격이나 입찰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동양그룹이나 LIG그룹의 CP 사태, 키코(KIKO) 사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할 수 있고 기업이 가격, 입찰 담합 등 불공정거래로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낼 수 있다.
법안이 개정되면 담합 뿐아니라 대리점 등에 일정 가격 이상의 판매가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행위, 사업자단체가 각 구성원의 사업 방해 혹은 간섭을 하는 경우 등도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법무부는 향후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모으고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등이 20139월 발의한 증권관련집단소송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실 관계자는 본래 집단소송제가 공정거래법 내용에 있었는데 법무부가 증권 관련 집단 소송법이 있으니 그 법에 내용을 추가하자고 제안해서 한데 묶게 되었다라며 법사위 심의를 거치고 본회의 올라가서 통과되면 시행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 상사법무과 이준식 과장은 “아직 법무부 입장은 정해진 것이 없고, 공청회 일정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위원회 안은 법무부 공식 입장이 아니고 정해진 것이 전혀 없지만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안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찬성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공정위 경쟁정책과 김재신 과장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며 다만 경제여건을 감안해 기업에 지나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용대상, 요건,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는 것과 집단소송법이 민사소송법 상의 특례이니 공정거래법 개정보다는 기존 법무부 소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해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는 집단소송제 도입 시 남소(濫訴)의 우려가 있고 기업들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고 반대해 왔다. 또 외국에서는 미국만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며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이익이 없고 사이에서 변호사들만 돈을 벌 뿐이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전경련 기업정책팀 추광호 팀장은 집단소송제 요건 완화나 범위 확대 모두 전경련은 반대하고 있다집단소송 도입 목적은 피해자 권리 구제인데 제도 자체 폐해가 크기 때문에 도입하고 있는 나라가 적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익을 보는 것은 변호사들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정민영 변호사는 참여연대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증권 분야에 집단소송이 도입돼 있지만 절차가 너무 까다로와 집단소송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남소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건이 완화돼야 하며 기업들이 위법 행동을 하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재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숭실대 법학과 전삼현 교수는 굳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집단소송제의 문제점은 일단 원고가 배상금액을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는 것인데 보통 집단소송의 경우 도중 화해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송이 판결 없이 대개 화해로 가게 되므로 변호사는 승패와 무관하게 소송만 걸면 돈을 벌게 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집단소송의 경우 관계되는 피해자가 많아 피해자들은 별로 돈을 받지 못하는데 변호사들은 막대한 성공보수를 챙기며 제조업체들은 경영에 큰 타격을 보거나 망해 버린다"며 "그래서 2005년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이 집단소송법을 쓰레기 법이라고 불렀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익대 김종석 교수는 집단소송제는 절차만 정당하면 좋은 제도라고 전제하고 다만 오남용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집단 소송 도입과 함께 오남용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저술가 공병호 박사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기업을 보호해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개인의 권리가 더 중요하게 보호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이것이 메가트렌드이고 집단소송제도 그런 방향으로 정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