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41년만에 한글 품다…배지·깃발 한글로 바뀌어

[글로벌이코노믹=김만식 기자] 한자로 새겨졌던 국회의원 배지가 드디어 한글을 품었다. 국회 깃발과 국회의원 배지 속 한자 '國'이 한글 '국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국회 문양을 기존 한자에서 한글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글자체는 한글의 기본틀인 돋움체를 기초로 전각의 느낌을 살렸다는 것이 국회사무처의 설명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해 내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아 무궁화 문양 속 사각형도 원으로 바뀌었다. 국회의원 배지는 지름 1.6㎝ 자주색 원판에 순은 재질로 제작해 도금했다. 제작가격은 2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국회 문양은 1950년 2대 국회 당시 한자 표기방식으로 정해졌었다. 1960년 5대 국회(1960~1961년) 때 한글 '국'으로 바꿔 1년 정도 사용했지만 1963년 6대 국회부터 한자로 되돌아갔다. 이어 1971년 8대 국회(1971~1972년) 때 한글로 다시 바꿔 1년을 썼지만 1973년 9대 국회 때부터 다시 한자 사용으로 돌아섰고 이후 41년간 한자 문양이 유지된 것. 그간 한글을 쓰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6월14일 박병석 의원 등 35명이 문양을 한글 '국'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같은 해 7월8일 박영선 의원 등 74명이 한글 '국회'로 바꾸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09년에도 국회사무처가 한글화를 추진했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해 중단됐다.

▲한자 사용 배지가 국회의 오랜 관습 ▲한자가 더 권위가 있어 보인다는 점 ▲ '국'자를 거꾸로 보면 '논'자로 보여 국회가 노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반대 근거였다. 하지만 한글화 노력은 계속됐다. 2012년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8월3일 동료의원 64명과 함께 문양을 한글 '국회'로 바꾸자는 규칙 개정안을 냈고, 지난해 2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 등이 한글 '국'으로 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것.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결국 국회운영위원회는 지난달 8일 의견수렴 결과를 '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반영, 가결시켰다. 오랜 기간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양 한글화가 이뤄진 것이다.

한편 국회 깃발이나 의원배지뿐 아니라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의장석 뒷면에 설치된 대형 국회 문양 역시 3개월 정도의 공사를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교체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