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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도 브레이크 없는 금투업계 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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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도 브레이크 없는 금투업계 사고들

배임 횡령 사기 통정매매 등 잇달아


700억대 횡령 혐의를 받은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올해 5월 6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700억대 횡령 혐의를 받은 우리은행 직원 A씨가 올해 5월 6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침체를 극복하고 도약해야 할 자본시장에서 연말까지 배임, 횡령, 통정매매, 사기, 시세조종 등 온갖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유례없는 시장 악화와 이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는 업체들은 ‘더 빠질 힘도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유독 잦았던 금융사의 횡령과 배임 등 비리 사건들이 2022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 계속 터져나왔다. 한국감사협회는 지난해 12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고를 시작으로 올해 10월 말까지 11개월간 언론에 보도된 횡령 건수만67건, 5730여억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판매를 주도한 하나은행 전 차장 신모 씨가 지난 26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에 구속됐다.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현지 지방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상품으로 2017년 10월부터 2년여에 걸쳐 약 150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하지만 2019년 말부터 투자금 상환이 늦춰지면서 이듬해 판매가 중단됐다. 피해액은 약 1100억원이다.

당시 하나은행 투자상품부에서 일한 신씨는 손실 위험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국가부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를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퇴사 후 싱가포르로 출국했으나 검찰이 체포영장 발부와 함께 여권을 무효화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자 자진귀국했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이승형 부장검사)는 상속세 회피를 위해 부친 소유 주식을 회사 임직원들에게 사게 한 혐의로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윤 대표는 부친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120억원 상당의 자사주 80만주를 회사 임직원들과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협의해 주고받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거래했고 2015년 11월과 2016년 3월 자사주를 시장에서 공개매수할 것처럼 공시한 뒤 임직원 등이 해당 주식을 우선 취득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인 부친의 주식 상속시 2개월간 주가의 30%를 할증해 평가한 금액을 토대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 법률(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7일에는 BNK부산은행의 한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이 2억원 가량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30대 남성 직원 A씨는 여러 지인의 서명을 위조해 대출받아 이를 빼돌렸다가 내부통제 시스템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에서는 앞선 8월에도 한 영업점에서 20대 직원이 19억원 상당의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은행은 사태 파악 직후 해당 건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예정이다.

고질적인 은행 및 증권사의 금융사고와 차명 거래, 고객 보호조치 위반 등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다올투자증권, 한국에스지증권, 업라이즈투자자문, 한화투자증권을 외환건전성 규제 위반이라며 제재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외환 업무 취급 금융투자업자는 선물환포지션을 전월말 자기자본의 50% 이내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다올투자증권은 3월부터 6월까지 57회 위반(일평균 1억 300만 달러 초과)하고 이를 3영업일 내에 보고하지 않았다.

한국에스지증권도 2월부터 5월까지 총 60회 위반(일평균 7800만 달러 초과)했다. 업라이즈투자자문은 해외선물 프로그램 상품 개발 과정에서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한도를 7회 위반(일평균 60만 달러 초과)했고 한화투자증권은 2월 말 기준 잔존 만기 7일·1개월 이내 외화 자산 및 부채의 만기 불일치비율이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 사유서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위해 제공받은 고객들의 개인신용정보를 광고 활동에 활용했다며 기관경고와 과태료 16억1640만원, 전현직 임직원 65명 견책·주의 등의 제재를 내렸다.

금융사고는 올해 내내 계속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30일 하나증권 현직 임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고 공시했다. 48억 3000만 원이다. 금액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DB금융투자에서도 5억 원 수준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

최대 금융 사고는 4월 우리은행의 707억 원 횡령 사건이다. 은행의 기업 인수합병(M&A) 부서에서 근무했던 해당 직원은 회사 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30일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공범인 동생과 함께 추징금 647억 원도 내야 한다.

강릉시 사천새마을금고 직원 2명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29억 원 가량을 빼돌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난 5월 서울 송파새마을금고 횡령 사고를 계기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압박감을 느낀 두 사람이 22억 원을 횡령했다고 자수했지만 수사 결과 파악된 액수는 무려 6배에 달했다.

이밖에도 KB저축은행의 차장급 직원은 회사 돈 94억 원을 빼돌렸고 농협 직원은 49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고객 명의로 대출받아 불법 도박에 사용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 유독 금융 사고가 잦았다”며 “소속 임직원의 일탈이 금융기관과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정 노력과 함께 레그테크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jk5432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