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죄형법정주의 원칙은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범죄와 형벌은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야 하며,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형사법의 핵심 원리이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죄가 된다고 생각되는 행위라도 정밀한 법해석을 거치면 구성요건 해당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촬영물 범죄는 사회적 관심이 높고 처벌 수위 또한 상당히 무거운 범죄 유형이지만, 실제 법 규정의 적용 방식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촬영 단계와 유포 단계라는 두 개의 구조를 전제로 규율되고 있으며, 이 구조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위법성이나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이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반포’, ‘판매’, ‘제공’, ‘전시’, ‘상영’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행위로서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촬영물을 교부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교부란 촬영물에 대한 점유나 지배를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전시나 상영에 해당할 수 있을까. 반포나 제공을 처벌하는 취지는 단순한 성적 수치심의 문제라기보다는 촬영물이 유통될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데 있다. 그런데 타인에게 영상물을 한 번 보여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유통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촬영물의 교부가 결부되지 아니하여 유통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보여주는 행위는 제공보다는 상영에 가까운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시’나 ‘상영’은 일반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하는 개념으로 ‘공연성’이라는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특정한 소수에게 개별적으로 화면을 보여준 것만으로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7노91 판결).
또한 유포나 제공이 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피해자가 아닌 ‘제3자’에게 촬영물이 이전되어야 한다. 연인 간 합의로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뒤 일방이 공유를 거부하자 상대방이 그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 그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하였다 하더라도, 그 행위만으로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유포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전송의 상대방이 제3자가 아니라 행위자 자신이기 때문이다(서울고등법원 2023. 4. 13. 선고 2022노3389 판결).
그렇다면 촬영물 소지죄는 성립할 수 있을까.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이 규정하는 촬영물 소지죄는 ‘불법 촬영물’ 또는 ‘불법 유포물’을 소지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그러나 촬영 자체가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고 전송 행위 역시 법률상 유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영상은 애초에 처벌 대상이 되는 ‘불법 촬영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단순 소지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다.
결국 촬영물 범죄는 사회적 인식과 달리 ‘촬영의 위법성’과 ‘유포의 위법성’이라는 두 단계가 명확하게 충족되어야만 성립하는 범죄이다. 개인적 분노나 감정적 갈등 속에서 이루어진 데이터 복사나 개인적 저장 행위까지 모두 성범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며, 형사법은 이러한 영역에서 문언의 엄격 해석 원칙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형사 분쟁을 예방하고 사건의 실체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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