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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약점 찔렀다”… UNIST, 반도체 설계 ‘오차 91%↓’ 보정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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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약점 찔렀다”… UNIST, 반도체 설계 ‘오차 91%↓’ 보정 기술

정창욱 교수팀, ‘π-불변 테스트 시점 보정’ 알고리즘 개발
학습 밖 데이터도 물리 법칙으로 교정… 재학습 없이 적용
업계 “설계 시간 단축 현실화”… 공정·패키징 전반 파급 기대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입력 데이터를 재정렬해 AI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자료= AI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입력 데이터를 재정렬해 AI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자료= AI생성
반도체 칩을 만들 때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과 ‘응력(힘)’이 어디에 집중되는지를 미리 예측하는 일이다. 이 값이 어긋나면 성능 저하나 미세 균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공지능(AI)도 처음 보는 조건에서는 예측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학습하지 않은 데이터에서는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 같은 한계를 물리 법칙으로 보정해 해결한 기술이 3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설계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실용형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학습 안 하면 못 맞힌다”… AI의 고질적 한계


기존 AI 기반 해석 모델은 학습 데이터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른바 OOD(Out-of-Distribution) 상황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 한계가 더 뚜렷하다. 나노미터급 칩 내부 열 분포부터 패키지·모듈 단위 응력 해석까지 스케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거나, 보수적인 범위 내에서만 해석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법은 ‘물리 법칙’… π 값으로 데이터 재정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정창욱 교수팀은 물리학의 기본 원리인 ‘버킹엄 π 정리’를 활용해 해법을 제시했다.

새로운 입력 데이터가 들어오면 이를 그대로 계산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유사한 조건(π 값 기준)을 갖는 학습 데이터와 맞도록 재정렬한 뒤 AI 모델에 넣는 방식이다.
즉, AI가 처음 보는 데이터를 ‘이미 학습한 문제’처럼 인식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정창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왼쪽부터), 이석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원, 홍기용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원. 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외협력팁이미지 확대보기
정창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왼쪽부터), 이석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원, 홍기용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원. 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외협력팁


“10m를 10cm로 바꿔 푼다”… 현장형 보정 개념


현장에서는 이 기술을 ‘스케일 변환 기반 보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cm 크기의 열 분포를 학습한 AI에 10m 구조 데이터를 넣으면 기존에는 오차가 크게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알고리즘은 입력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10cm 기준으로 변환해 계산한 뒤, 결과를 다시 원래 크기로 환산한다.

AI에 물리적 기준 좌표계를 부여해 스케일 변화에 따른 오류를 줄이는 방식이다.

재학습 없이 바로 적용… 비용 1/100 수준


이번 기술의 핵심 경쟁력은 ‘즉시 적용성’이다. 기존 AI 모델의 구조나 학습 과정을 수정할 필요 없이, 입력 단계에서 알고리즘만 추가하면 된다.

또 전체 데이터를 전수 비교하지 않고 대표값만 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해 계산 비용을 기존 대비 약 1/100 수준으로 낮췄다.

반도체 설계 한 관계자는 “열 해석이나 패키지 응력 계산은 반복 시뮬레이션이 많아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재학습 없이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설계 기간 단축 효과가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차 최대 91% 감소… 유체·항공 분야까지 확장성


실제 검증에서도 성능 개선이 확인됐다. 2차원 열전도 및 선형 탄성 문제에 적용한 결과 평균절대오차(MAE)가 최대 91% 감소했다.

또 유체역학의 난제로 꼽히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서도 정확도 개선 효과가 유지됐다. 외력이 작용하는 비이상적 조건에서도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넓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도 물리 기반 AI(Physics-informed AI) 연구가 활발하지만, 기존에는 모델 학습 단계에 물리식을 직접 반영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반면 이번 기술은 학습 이후 단계에서 입력 데이터를 보정하는 접근으로, 기존 모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설계 패러다임 바뀔 수도”… 산업 적용 기대


이번 연구는 반도체 설계를 넘어 다양한 공학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칩 열 설계와 패키지 신뢰성 평가뿐 아니라, 배터리 열관리, 발전소 배관 응력 해석, 항공기 구조 설계 등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전반에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조건이 계속 변하는 실제 산업 환경에서 단일 모델로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해질 경우, 설계 방식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팀은 “현실 문제에서는 입력 조건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학습 범위 밖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기술은 별도의 재학습 없이도 물리적으로 일관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실무 활용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표현학습학회(ICLR) 2026에 채택됐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