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에 식당이 다 있대이"… 92세 할머니의 설레는 첫 크루즈 여행
이미지 확대보기이 작고 고요한 마을이 최근 며칠 동안 유독 북적였다. 마을의 '가장 큰 어른'들인 70~90대 어르신 여섯 분 전원이 아주 특별한 육지 나들이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김두순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바쁜 농사일과 가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친자식을 자처하며 동행한 3박 4일간의 효도 관광 여정이 눈길을 끌었다.
"배 안에 식당이 다 있대이"… 92세 할머니의 설레는 첫 크루즈 여행
이번 여행의 최고령 참가자인 A(92) 할머니는 여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연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평생 울릉도라는 섬 울타리 안에서 거친 바다만 바라보며 살아온 어르신에게 대형 크루즈를 타고 떠나는 육지 길은 그 자체로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난생처음 이렇게 큰 크루즈를 타봤다 아임니꺼. 배가 어찌나 큰지 안에 식당도 있고, 없는 게 없대이. 멀미 한 번 안 하고 육지 구경 잘~ 하고 왔지예."
경주, 부곡하와이, 삼천포로 이어진 3박 4일 일정 동안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소년, 소녀 같은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 천년고도 경주의 고즈넉한 풍경을 눈에 담고, 따뜻한 온천수에서 그간의 쌓인 피로를 녹여냈다. 삼천포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육지의 별미는 섬에서 먹던 맛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친자식보다 더 지극정성"… 주민들이 만든 '든든한 길동무'
고령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섬을 떠나 3박 4일간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발을 헛디디거나 날씨가 따라주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A 할머니는 "여행하는 동안 내 자식처럼 얼마나 따뜻하게 잘 보살펴 주는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며 "건강하게 더 오래 살아서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오면 꼭 다시 가고 싶다"고 동행한 주민들의 손을 꼭 쥐었다.
이미지 확대보기"기뻐하시는 모습에 되레 충전받고 갑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여행은 단순한 봉사가 아닌,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따뜻한 축제였다. 주민들은 제 자식처럼 어르신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소소한 농담을 건네며 이동 시간 내내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 행사를 이끈 김두순 나리마을 이장은 어르신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아이처럼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걱정도 많았는데, 다들 건강하게 여행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도와준 마을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웃이 가족이 되고,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 3박 4일의 짧고도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나리분지에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이전보다 더 끈끈하고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김성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n810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