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애플이 소프트뱅크가 설립하는 정보기술(IT) 관련 펀드에 최대 10억 달러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WSJ은 애플의 펀드 투자에 대해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같은 차세대 기술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며 “최근 소규모 신생 스타트업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애플의 전략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의 투자 시도가 트럼프 정권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이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기 때문에 투자금이 나가는 펀드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손 회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45분여간의 회담이 끝난 후 손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수많은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며 “미국 비즈니스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미국 투자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손 회장의 이번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 작업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2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3위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하고 미국 내 4위 이동통신회사 T-모바일을 인수해 스프린트와 합병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기반 온라인 대출기관인 ‘소셜파이낸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난 7월에는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홀딩스를 32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8월 60세 생일을 맞아 깜짝 은퇴를 계획했던 손 회장이 은퇴 선언 대신 ARM 인수라는 거대 계획을 내놓자 관련 업계에서는 “브렉시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ARM을 인수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폄하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러 시기를 재서 특별한 전략을 썼다기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라 이뤄진 투자에 가깝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업계 한 전문가는 “애플 입장에서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투자하면 미국 내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라는 트럼프 정권의 압력을 덜 받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아이폰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보다 펀드에 투자하는 게 실효성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