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농촌 경제가 옥수수와 대두 가격 급락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전미옥수수재배자협회(NCGA)와 미국대두협회(ASA)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장기 무역분쟁이 농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긴급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1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 옥수수·대두 가격 2년 만에 40~50% 폭락
NCGA는 지난주 낸 성명에서 “농촌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쳤다”며 옥수수 가격이 2022년 정점 대비 50% 이상 급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생산비는 고작 3% 줄어드는 데 그쳐 부셸당 85센트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내년에는 가격이 더 낮아지고 비용은 더 오를 것으로 이 단체는 전망했다.
◇ 수입선 다변화…동남아 수요 기대
미 연방준비제도의 농업 금융 관련 조사에서도 농가의 채무 상환 능력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조사에 따르면 시카고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지역 응답자의 약 30%, 미니애폴리스 지역은 40%, 세인트루이스 지역은 50%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빅 뷰티풀 빌’을 통해 농업 부문에 총 660억 달러(약 90조7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약 590억 달러(약 81조1000억 원)가 농가 안전망 강화에 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체결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신규 교역 협정도 일정 부분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이미 구매 확대에 합의했고 베트남·필리핀·태국도 사료용 곡물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티모시 로 미국대두수출협회 동남아·오세아니아 지역 담당 이사는 “향후 동남아에서 미국 농산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농민 “생산비는 치솟고 판로는 좁아져”
농민단체들은 공통적으로 “가격은 폭락했는데 비료·기계 등 투입비용은 크게 늘었다”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ASA는 “대두 농가가 심각한 재정 압박에 놓였다”며 “중국과의 무역 합의 없는 수확철 진입은 더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춘은 “미국 농가의 위기는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에 기인한 자초한 위기”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교역 환경 개선과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농촌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