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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손실 스페인 독감 때와 비교했더니 ‘전혀 다른 모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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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손실 스페인 독감 때와 비교했더니 ‘전혀 다른 모습’ 왜?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 미군이 감염된 병사들을 분리해 관리하는 모습.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 미군이 감염된 병사들을 분리해 관리하는 모습. 사진=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각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앞으로의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위기에서 가장 의지하는 것은 역사다. 100년 전에 발생한 스페인 감기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스페인 감기는 1918년부터 20년에 걸쳐 크게 유행한 독감이다. 전 세계에서 4,0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국내에서도 40만 명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당시보다 의료수준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백신도 완벽한 특효약이 없다는 점에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국제적인 사람이나 물건의 이동은 오히려 활발해져 환경이 나빠진 측면이 있다. 감염증의 전문가가 스페인 감기를 참고로 하여 대책을 결정하고 있다면 경제면에서도 유익한 정보원이 될 것이다.

■ 스페인 독감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만큼 맹위를 떨쳤음에도 스페인 감기는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스페인 독감의 유행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했으며, 전쟁 특수가 감염증에 의한 마이너스 효과를 웃돌아 경제는 견조한 추세를 유지했다. 특히 전화를 당하지 않은 일본은 전무후무한 호황을 누려 전쟁 기간 중 평균 성장률(실질)이 6.5%에 달하고 주가도 급등해 80년대의 거품경제를 방불케 하는 대세로 돌아섰다.

그럼 감염증은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지어도 좋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 스페인 감기는 결과적으로 1차대전을 종료하는 계기가 됐고 종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 명암 가른 전후의 구미 각국과 일본

여기서 구미 각국과 일본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영국과 미국은 종전 직후에는 반동불황을 겪었지만, 그 후 부흥 특수도 있어 경제가 회복되었고, 미국에서는 역사적인 호경기였다. 영국도 온화한 성장을 이뤄 세계 공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잠깐의 안정을 누렸다.

그러나 일본은 글로벌하게 진전된 산업의 근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전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관동 대지진이 겹쳐 경제는 한층 더 피폐해졌다. 명문으로 불렸던 스즈키 상점이 경영파탄을 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회복의 계기를 잡지 못한 채 세계 공황에 돌입했고 결국 무모한 전쟁으로 경제 파탄을 초래했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지만 다이쇼 시대에 발생한 스페인 감기는 확실히 ‘암흑의 쇼와’를 암시하는 사건이었다고 해도 좋다.

감염증의 확대는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나 사회의 골조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근대화’를 ‘IT화’나 ‘다양화’라고 바꾸어 말하면,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 지금의 일본과 겹치는 부분은 많다. 스페인 감기의 역사는 변화를 기피해 온 일본에 행동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