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사업의 기회도 제공했다. 중국의 태양광 비즈니스 성공과 함께 풍력에너지,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물결이 일어나면서 ‘클리어테크 2.0’이 트렌드로 부상했고 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새로운 자금 지원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프라이일렉트로닉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 식물성 육류, 저탄소 콘크리트 등 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회사들에 대한 투자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수백 개의 SPAC(기업인수목적회사)가 우후죽순 생겨 증시 우회상장의 길이 활짝 열렸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비롯한 ‘클리어테크 2.0’ 관련 회사들은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자금 융통의 길도 다양해졌다. 예컨대, 지난해 급부상한 산호세의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는 현재 기업가치가 210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의 기후대응과 함께 미국 바이든 새 행정부의 막대한 재정을 동원한 친환경 정책이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은 지난 10여 년 동안 기후대응 기술 스타트업 투자를 크게 늘렸다. 2010년 100 건에 불과하던 투자는 2015년 300건 수준까지 증가했고 2017년에는 전년의 2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그리고 2018~2019년까지 2년 동안 550~580건의 투자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시 500건 대로 내려 앉았다. 올 들어서는 1월 한 달 동안 약 30여 건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는 최근 광전지 스타트업이나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 분야는 태양광을 비롯한 광전지 비즈니스였다.
실리콘밸리에서의 태양광 관련 사업은 중국으로부터의 저가 제품의 유입과 물량 공세로 다시 곤경에 처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이 지원한 상당수 회사들이 파업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 하너지가 2013년 클라이너 퍼킨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미아솔레를 인수한 것이 정점이었다. A123 프로그램은 중국 완샹그룹이 2억 5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바닷물을 이용해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던 스타트업 아퀴온파워는 빌게이츠가 투자했지만 2017년 파산해 중국 회사에서 인수했다. 코슬라가 투자했던 공기 저항 장치 스타트업 라이트세일 파워를 지원했지만 이 회사 역시 12개월 유예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클린테크 2.0’이 실리콘밸리에서 핫이슈가 된 것은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에 적당한 투자 업체를 찾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제로 비즈니스가 미래 먹거리 영역이라는 것도 동의한다. 실리콘밸리가 더 주목받는 하나의 이유는 SPAC 때문이기도 하다. 전기배터리 스타트업 전체가 SPAC의 그물망에 걸려 있다. 이중 유명세를 타는 기업은 매출과 기술력에 상관 없이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고 인수의 대상이 된다. 지난 12개월 동안 40여 개의 기후 관련 스타트업이 SPAC와 합병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전쟁이 남아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다수 스타트업들이 중국의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사업을 접거나 인수됐다. 투자가 다소 활발해져 ‘현금이라는 실탄’이 생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1차 관문이 될 것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