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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총기구입 급증…‘총기 사회’가 위험하다고 생각 않는 미국만의 독특한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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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총기구입 급증…‘총기 사회’가 위험하다고 생각 않는 미국만의 독특한 가치관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총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총기 박람회’에서 자동소총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총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총기 박람회’에서 자동소총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

미국에서는 이달 큰 ‘총기 난사’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인근의 안마‧스파 시설 3곳에서 모두 8명이 사망(아시아계 6명 포함)하고 1명이 부상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22일에는 콜로라도주 볼더시의 식료품 마켓에서 10명(경찰 1명 포함)이 숨졌다. 우연이지만 이 사건의 용의자는 모두 21세의 남성이다. 모두 체포되어 동기 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애틀랜타 사건의 범인 로버트 애런 롱(Robert Aaron Long)은 살해 당일 딜러로부터 반자동 권총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더 사건의 용의자 아흐마드 알 알리사(Ahmad Aliwi Alissa)는 사건 7일 전 ‘루가 AR-556’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젊은이가 사건 직전 손쉽게 총을 구할 수 있어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 최근 10년 동안 급증하고 있는 총기 판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 안팎 대량 사망자를 나오는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2012년), 플로리다주의 게이 나이트클럽(2016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2017년),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2018년) 총기 난사 사건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포스트’지는 “다음에는 당신의 거리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 국가가 무언가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인가”라고 보도했다. 뉴욕은 미국 전역에서도 총기규제가 엄격한 거리 중 하나로 총기 휴대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따라서 30년간 총에 의한 살인사건이 감소 추세였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안이 악화하면서 다시 총기 관련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더 난사 사건 이후 연방의회에 총기규제를 엄격하게 해달라는 압력을 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총기규제 대통령령에는 시리얼 번호 없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사제 총의 신원조사 요구와 딜러로부터 총을 구매하기 위한 FBI의 신원조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현지 경찰에 통보되는 시스템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달 민주당 상원의원 35명이 AR-15 스타일의 라이플 등 인기 있는 반자동 총을 포함한 ‘공격용 무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제출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눈속임 규제일 뿐으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어 향후 얼마나 더 큰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NRA(전미 총기협회)는 정치권과 강한 유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공화당원과 마찬가지로 일부 민주당원도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있어 총기 구매제도 폐지 등 근본적 개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출액 급등

더 우울한 소식도 있다. 미 주요 언론들은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총기의 매출이 더욱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지에 따르면 2020년 합법적인 총기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969만5,315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 1월에만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60% 늘어난 413만7,480정을 기록하면서 통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월 간 총매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1월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중서부 일리노이주다. 미국 인구의 4%도 안 되지만 총기 판매량은 미국 전역의 4분의 1인 100만2,118정에 이른다. 두 번째는 중동부 켄터키주로 인구는 미국 전역의 1.3%에 불과하지만, 판매량은 42만1,790정이나 된다. 뉴욕주 판매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4만9,184정이나 팔렸다.

물론 이들 총기가 마구잡이로 팔리는 것은 아니다. 연방수사국(FBI)은 ‘전미 즉시 범죄경력 신원조사 시스템(National Instant Criminal Background Check System) 리스트를 사용해 총기판매를 추적, 관리, 공개하고 있다. 범죄 이력이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구매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지만, 1998년 이후 진행된 신원조사 약 3억1,000만 건 중 판매 거부 건수는 단 150만 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신원조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사 기준의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 왜 팬데믹 중에 총기 판매가 늘었을까?

총기 판매가 증가한 것은 1999년 이후부터다. 1999년에는 연간 약 913만 정이었지만, 2006년 1,000만 정, 2011년 1,500만 정, 2013년 2,000만 정, 2016년 2,500만 정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4000만 정에 육박하고 있으며, 현재의 페이스로 올해 매출을 예측하면, 5000만 정에 이를 것으로 USA투데이는 보고 있다. 총기 판매가 지난해 이후 갑자기 늘어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CBS뉴스와 CNN이 전하는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생애 최초로 총을 구매한 사람은 500만 명 이상이었으며,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여성의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9월까지 여성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총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수정헌법 2조에 의해 ’총을 가질 개인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는 것은 자유를 위해 투쟁해 온 미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총을 많이 소지할수록 보다 안전이 지켜진다”고 말한다. 그러니 사회 불안이 사람들 속에서 확대되면 자신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을 구매하는 동기로 이어져 잘 팔린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 헌법의 생각에 대해서 ‘뉴욕포스트’는 “합중국 헌법은 몸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서 사람들에게 총기를 소지하도록 허용한 것이지, 전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허용한 것이 아니다. 총기의 소지에 대해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이 총을 사용해 대량 살육하는 것은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쓰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