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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3일 출근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사원들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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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주3일 출근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사원들 거센 반발

팀 쿡 애플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팀 쿡 애플 CEO. 사진=로이터
애플 경영진과 사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시행 계획을 발표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제’ 때문이다.

애플이 선도적으로 추진에 나선 하이브리드 근무제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땐 재택근무가 불가피했지만 이제 백신 접종률도 높아지고 있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일부 대기업들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과 재택근무하는 것을 절충해 새롭게 고안한 새로운 형태의 근무제를 말한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전면적으로 회사로 출근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이미 확산된 재택근무 문화를 고려해 선택한 나름 고심어린, 과도기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애플 직원들이 경영진의 선택을 선뜻 받아들일지에 있다. 애플 사원들은 일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나섰다. 일부의 반발로 끝나든, 모든 직원들의 반발로 확산되든 전세계적으로 14만명에 가까운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애플의 하이브리드 근무제 추진은 관련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월·화·목 3일 근무제


5일(현지시간)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 결정은 쿡 CEO가 최근 사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드러났다.

이 서한에 따르면 애플이 선택한 새로운 근무제는 오는 9월부터 주 5일 가운데 사흘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이틀은 팀장 승인하에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은 회사에 출근하는 날로 수요일과 금요일이 재택근무 가능한 요일로 지정됐다. 적어도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은 의무적으로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고 직무에 따라서는 출근일이나 나흘이나 닷새가 될 수도 있다고 애플 경영진은 설명했다.

애플과 함께 미국 IT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에서도 3일 정도 회사에서 일하는 유사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을 선언한 바 있어 관련업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무후무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갑자기 널리 확산된 재택근무제를 어떻게 조정해 직원들을 회사로 다시 불러들일지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

쿡 CEO는 1년에 최대 2주일간은 직원이 희망하는 곳이면 어디든 관계없이 근무할 수 있게 방안도 애플식 하이브리드 근무제에 포함시켰다. 이란 시범적으로 내년 말까지 시행해본 뒤 평가 작업을 거쳐 계속 시행할지 여부를 정하겠다는게 애플의 방침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비록 절충한 방식이지만 애플의 이같은 결정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애플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재택근무제를 비롯한 탄력적 근무제 같은 문화와는 거리가 멀기로 워낙 유명한 대기업이었기 때문.

그러나 애플 직원들은 환영하기보다는 반발하는 쪽으로 일단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애플이 향후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 주목되는 이유다.

온라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쿡 CEO의 하이브리드 근무제 도입 발표가 있은 직후 일단의 애플 사원들은 쿡 CEO를 비롯한 애플 경영진에게 서한을 전달하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서한에서 “경영진이 발표한대로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직원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면서 “이미 회사의 방침에 실망해 퇴사를 결정하는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 회사가 일반적으로 결정을 하고 직원들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발표를 보면 경영진과 사원들 사이에 재택근무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하는 요일 정해지는게 탄력근무제인가


그러나 이들 직원이 애플 경영진이 시행 방침을 밝힌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출근해야 하는 날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팀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보완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플 경영진 측에서는 과거에 비하면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행키로 한 것도 천지개벽했다는 입장이겠지만 회사에 나오는 날 자체를 회사가 정한 것 자체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고 탄력근무제의 취지에 반한다는 논리다.

포브스는 “3일 정도를 회사에 출근하는 날로 정한 것 자체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대체로 공감하는 방안이라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회사에 나오는 요일을 회사가 특정한 것은 득보다는 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서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을 굳이 전사적으로 획일적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는 것.

쿡 CEO가 내세운 논리는 회사로 출근하는 이유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팀원들끼리 대면해 협업할 기회가 된다는 것.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협업을 하는 것이 업무적으로나 회사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출근하는 날을 정해야 한다는 게 쿡 CEO가 출근 요일을 특정한 이유다.

그가 비판적인 지적과 보완책을 경청하고 수용할지 주목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