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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방역국' 대만, 코로나로 다시 흔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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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방역국' 대만, 코로나로 다시 흔들리는 이유

퇴치전략 한계와 대만 정부의 자만심이 부른 참사

지난달 1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1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 모습.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초기 때 발빠른 방역 조치로 세계에서 몇 안되는 ‘코로나 모범 방역국’으로 평가받았던 대만이 최근들어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 청정국’ 소리를 들었던 대만이 이런 지경에 이른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이른바 장기적인 측면에서 ‘퇴치 전략’이 안고 있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개의 서방 국가들이 코로나의 전파를 늦추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완화 전략’을 따랐다면 퇴치 전략은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강하고도 선제적으로 방역에 나선 전략을 말한다. 대만과 뉴질랜드가 이 사례에 속한다.

이는 대만과 비슷한 접근을 한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퇴치전략의 한계


홍콩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벤저민 카울링 교수는 CNBC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한명의 코로나 감염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퇴치전략을 구사한 대만의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만의 패착은 초기에 코로나 확산을 저지한 것을 믿고 코로나 백신 예방 백신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그 결과 대만의 백신 접종률은 현재 대만 인구의 1%도 안되는 수준인데 이 정도면 코로나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코로나 백신을 맞은 대만 국민은 전체 인구 2350만명 가운데 2%에 불과하다.

이는 초기에 강력한 코로나 방역 조치를 위한 것이 결과적으로 대만을 코로나에 오히려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카울링 교수는 “따라서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있고 진단 검사 역량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황인데다 백신 접종 환경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어서 대만이 최근 코로나 유행을 차단할 방법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만의 사례는 퇴치전략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계,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의 자만심


초기에 코로나 확산세를 잡으면서 생긴 자신감이 대만 정부의 자만심으로 이어졌진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자만심은 결국 대만 국민의 느슨한 경계심으로 확산됐다는 것.

글로벌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대만 정부의 자만심은 이미 여러 분야에 스며들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보통 2주일 안팎인 항공사 승무원의 자가격리 기간을 3일로 짧게 운영한 것, 만약 사태에 대비한 백신 확보 노력을 게을리 한 것, 다른 나라의 방역 현황과 사례를 예의주시하지 않은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포린폴리스는 “설령 대만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렵사리 극복한다고 해도 이번 사태의 여파로 심각한 수위에 오른 식수난과 에너지난은 당분간 해결되지 못한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 재유행으로 촉발된 대만의 위기는 대만 정부의 위기로 당분간 계속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