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 정책이 순조롭게 추진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과 탄소 제로 시대를 앞당기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그 과정에 바이든 대통령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그 복병은 다름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우군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돼 온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다.
◇커리 UAW 위원장 “조합원들에 미칠 영향 예의주시”
내연차 비중이 줄고 전기차 비중이 커지는 것이 이들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확대가 이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이 커리 UAW 위원장은 최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기차 확대 정책이 우리 조합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밝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서 만드는 전기차는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이 만들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바이든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커리 위원장이 미국 노동자들에 의한 전기차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없지 않다. CNN이 취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전기차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력이 내연기관차를 조립하는데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통상 30% 적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커리 위원장의 발언은 친환경차를 늘리는 것은 전세계적인 화두이자 시대적 과제여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전기차 확대가 내연차를 기반으로 형성된 종래의 일자리 질서에 미칠 악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일자리 문제로 바이든 정부와 마찰 가능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정책에 적극적으로 발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는 2035년까지 내연차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전부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선언을 한데 이어 포드차도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4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태.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 것 등을 우려하는 근로자들이 암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시간주 남부지역 사업장의 UAE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UAE 로컬 600의 버니 리키 지부장은 “전기차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올 것이 온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조합원들 사이에서 일자리가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순히 전기차를 조립하는 일에만 근로자들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배터리 생산과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일에도 근로자들이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고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커리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했다는 우려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자동차 노동자들이 전기차 조립 공정에 투입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UAW가 그동안 친 노조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로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까지는 보이기 부담스럽겠지만 일자리가 흔들리는 문제에 관해서는 방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이 표출되면 향후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이 순항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