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촉발된 자국중심 경제블록화 현상은 GVC의 취약점을 노출시켰다. 세계 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봉쇄, 관세부여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였고 이는 자동차, 산업, 통신장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부족사태(shortage)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나아가 지난 2월 발생한 자연재해는 글로벌 반도체부족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 여파로 미국 자동차기업 GM은 생산을 중단하였으며 이는 미국 경제안보의 취약점(vulnerabilities)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사건이 되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해 추진 중인 ‘반도체 굴기’를 미국 경제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위협인식은 워싱턴 정책결정자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다. 미국 다수의 상·하원의원 및 정책입안자들은 중국의 국가주도 반도체육성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세계반도체 국가로 발돋움 한다면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히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은 자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전 세계 단위로 분업화 되어있는 반도체 산업 GVC를 자국중심의 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중국의 행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11일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에 가입한 뒤로 세계의 공장으로 입지를 다졌으며 그 결과 현재 GVC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성장하였다. 중국의 GVC 참여는 매년 10% 이상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었다. 2011년 이후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산업의 구조가 4차산업혁명으로 전환됨에 따라 중국은『중국제조 2025』라는 새로운 경제발전모델을 추진하게 된다. 이 정책의 주요핵심 골자는 과거 중간재를 수입하여 최종재를 수출하는 수출투자 경제모델에서 자국의 첨단산업기술 육성을 통해 제조업 기반의 산업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소비중심 경제모델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으로 반도체 수급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지칭되는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 수백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작은 전자기기를 지칭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5G 네트워크, 양자기술 등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됨에 따라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그 중요성은 더욱더 부각 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판중인 일반 자동차에 탑재되는 반도체수는 300개 내외지만, 레벨 3 자율주행자동체에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반도체 확보는 현대산업과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류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반도체 GVC 구조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것인지를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우리의 적절한 대응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이다.
임성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