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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의 러시아 제재에 美 정치권·월가 냉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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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의 러시아 제재에 美 정치권·월가 냉담한 이유

단계적 제재 수위 높이기 전략 불구 푸틴에게 자신감 심어줬다는 비판 거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 23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겁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 23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겁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 23일(현지시간) 연속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조처를 발표했으나 미 정치권과 월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에서 군사 활동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치권과 월가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신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평가한다고 미국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취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중에서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독일의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 중단밖에 없다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23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전략에 따라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인 가즈프롬에 대한 제재를 추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들에 대해 제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선물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일부 아시아 지역 국가의 증시의 주가가 올랐으며 국제 유가 상승도 멈췄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일시적으로 수그러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재에 초당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공화당의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바이든 정부의 제재가 러시아의 비위를 맞추는 ‘유화 정책’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러시아의 추가 도발을 막으려면 압도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뉴저지)도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도대체 뭘 더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대열에 가세했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지난 1938년 나치 독일이 체코를 공격했을 당시처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제재를 해도 푸틴 대통령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푸틴은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의 제재를 각오하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하면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죌 수 있는 강력한 제재를 할 계획이다.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 부보좌관은 러시아가 침공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으면 지속해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에 유입되는 모든 기술을 차단할 수 있는 우리의 수출통제 조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미국이 그다음 단계로 러시아에 대한 기술 통제 카드를 꺼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을 비롯해 2곳의 러시아 은행을 서방으로부터 전면 차단함으로써 서방에서 자금 조달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지도층과 그 가족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고, 러시아의 국채에 대해서도 포괄적 제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