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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면전] 美 정보기관, 러시아 공격 작전 사전 입수로 모처럼 '체면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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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면전] 美 정보기관, 러시아 공격 작전 사전 입수로 모처럼 '체면치레'

바이든, 정보 기관 보고 토대로 지속해서 러시아 전면전 전략 폭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단행하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프를 빠져나가려는 시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단행하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프를 빠져나가려는 시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보 당국이 모처럼 체면치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공격을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보 당국이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토대로 러시아가 전면적인 공격을 단행하기 며칠 전부터 현 사태를 정확하게 예고해왔다.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은 지난 10여 년 사이에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의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 보고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완전 철수를 단행했다가 미 정보 당국의 보고와는 달리 탈레반이 일거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
바이든 정부는 몇 개월 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군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관련 정보를 동맹국들에도 제공해왔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지속해서 폭로해왔으나 이를 막지는 못했다고 NYT가 지적했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가 미국 정보 당국이 입수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동맹국들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는 등 단일대오를 형성했다고 NYT가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정보 당국이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사태 당시와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거의 완전무결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찾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자작극)을 무력화하는 데 일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폭발물을 잘 다루는 러시아 요원들을 우크라이나에 침투시켜 ‘가짜 깃발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미 의회 전문 ‘더힐’ 등은 크렘린궁이 러시아군 사령관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신뢰도 높은 정보를 미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수도 키예프 외에 북동부 하르키우, 남부의 오데사와 헤르손 등으로도 진격할 수 있다는 정보도 미국 정보기관이 입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군과 교전이 이뤄질 수 있는 군사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선보인 정보전을 통해 러시아의 향후 군사 행동을 지속해서 사전에 폭로하면서 러시아가 전쟁의 책임을 지도록 국제 사회의 여론을 조성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평화유지군’ 행세를 하거나 ‘우크라이나 주민 해방군’으로 미화하지 못하도록 정보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가 정보전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전략과 의도를 국제 사회에 미리 공개해 푸틴 대통령이 당황하게 만들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이 최후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제임스 크래퍼 전 국가정보국장이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강행 여부를 놓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이 어떤 군대도 철수시키지 않았고, 러시아가 오히려 더 많은 군대를 접경지역으로 이동시켰다”고 반박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