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좁게는 우크라이나 일대에 인명 살상, 난민 발생으로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으로 밀, 옥수수, 해바라기 농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고 제고가 소진되면 가격 상승, 기아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가난한 나라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굶주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흑해 곡창지대는 세계 곡물시장 칼로리의 최소 12%를 수출한다. 이곳이 제 역할을 못하면 79억 인구 가운데 최소 8억 명이 직‧간접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곡물은 항시 식량 불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 주요 공급원이었는데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식량 위기는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IFAD는 세계 최빈국의 식량 자급률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을 약속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위기의 글로벌 영향을 완화하기가 어렵다. 전쟁의 조기 중단만이 해결책이다.
3~4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파종시기에 종자나 씨앗을 뿌리지 못하면 곡물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식량 부족이 그간 식량 문제를 보여온 지역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이슬람권에 미칠 영향
이슬람권은 광범위하다. 아랍권을 중심으로한 중동지역을 비롯해 북아프리카지역과 파키스탄까지 확대해서 이슬람권이라고도 한다. 20여 개 국가를 묶어서 이슬람권이라고 한다.
이 지역의 농경지 및 목초지는 총 국토면적의 3분의 1이고 나머지 면적은 도시 또는 사막이다. 또한 목초지를 뺀 경작 가능 토지는 5%에 불과하다. 건조한 기후로 농경지의 40%는 관개가 필요하고, 4%만 관개 없이 곡물 재배가 가능하다. 바람과 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경작 가능 토지 부족이 심화되는 한편 관개 토양의 염분 농도가 상승하는 문제점도 있다. 이 지역의 염분에 의한 농업 생산성 손실은 연간 총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대부분 국가들이 식량난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로 밀을 비롯해 곡물과 육류를 충분히 수입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식량 가격이 10년 내 최고로, 2010년 말 시작된 '아랍의 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며칠 사이에도 시장에 변동성이 있었다"면서 "곡물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식량 가격이 이미 높은데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주민들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똥이 튈 수 있다. 이집트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축출로 이어졌던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당시 빵이 주된 구호였다.
이집트 정부는 밀의 전략적 비축 기간이 5개월 미만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단 한 건의 밀 입찰 제안을 받았으나 고가라서 입찰을 취소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이 심한 가뭄과 동시에 발생했다. 지난 여름 의회를 해산한 후 집권을 다시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튀니지에서도 식량 확보 문제로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
레바논 경제 위기는 이미 식량 구매 능력을 약화시켰고, 가격은 3년도 채 되지 않아 1000%나 올랐다. 레바논은 대부분 밀을 수입하며 약 60%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약 한 달치 곡물만 저장되어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리비아와 예멘도 마찬가지로 밀 부족에 취약하다. 만성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시리아는 말할 것도 없다. 중동은 단기간에는 비축량으로 어느 정도 수급을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간 전쟁이 계속될 경우 가난한 나라들은 국제기구에 비상식량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EU 농업에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로 유럽에 네 번째로 식품을 공급하는 국가다. 옥수수의 거의 50%를 비롯해 밀, 해바라기 기름 등을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도 유럽에 밀 공급국가이다. 러시아산 밀이 제 때 유럽에 들어가지 않으면 유럽도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미국산과 호주산 밀, 유럽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밀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유럽의 가난한 나라들은 더 비싼 돈을 주고 밀을 구입해야 한다.
◇중국, 미국 옥수수와 대두 사들이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브라질 가뭄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을 감안해 미국의 옥수수와 대두를 미리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식량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미국산 대두를 구매해 약 20척 배와 선적을 예약하고 옥수수 운송을 위해 10척의 배와 선적을 예약했다.
브라질은 기상 악화로 인해 수확이 늦어지고 수출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국은 수요를 미국에서 충당하려고 미리 달러를 가지고 곡물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옥수수는 대개 4월과 5월에 심는데 전쟁으로 인해 농장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고 운송과 물류도 막힐 가능성이 상당해 중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생산 옥수수 구매가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미리 미국산을 사기로 한 것이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올해 브라질 옥수수 수확 추정치를 1억1800만톤에서 그 보다 400만톤 적은 1억1400만톤으로 낮췄다.
중국의 옥수수와 대두, 밀 수입이 역대급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곡물 수급의 취약성이 나타날 수 있다.
생산량은 줄거나 출하 시기가 늦어지고 재고도 부족한 가운데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더 빨리 사들일 경우 글로벌 식량 안보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