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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러시아 에너지 금수 딜레마…'푸틴에 전비 대주나' VS '경기 침체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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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EU, 러시아 에너지 금수 딜레마…'푸틴에 전비 대주나' VS '경기 침체 자초하나'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동참 주저

미국 보스턴시에서 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AFP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보스턴시에서 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AFP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중단 결정을 내린 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에 동참할지 고민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계속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전비를 대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포기하면 휘발윳값 및 천연가스 비용 상승 등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경기 침체기로 진입할 수 있다고 AP가 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낮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40%와 원유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EU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난방비와 휘발윳값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5.8% 수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주춤하자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를 발표하면서 “많은 유럽의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이 이번 조처에 동참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고민이 크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과 이탈리아이다. 두 나라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반대한다. 폴란드의 원유 수입 중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그렇지만 아일랜드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5%에 불과하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규모의 3분 2가량을 올해 연말까지 줄이기로 했다. AP에 따르면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등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로 인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유럽연합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 국제 유가는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전면 금지와 같은 극약 처방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AP가 전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중단 결정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경제 동맥을 끊어놓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에 보조금을 줄 수는 없다”면서 “미국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 동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는 즉각 발효한다. 미국의 수입 금지 대상 품목은 러시아산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석유제품, 석탄 등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계약을 이미 체결한 기업에는 45일간의 유예 기간을 주기로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