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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유럽,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충돌 불구 '퇴로' 열어놓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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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유럽,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충돌 불구 '퇴로' 열어놓은 이유는

러시아 경제난 고려 에너지 무기화 자제… 유럽 국가들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 안해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 대금 결제 방식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월 1일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이 기존 계약에 루블화 결제가 명기된 것이 아니라며 러시아 요구를 일축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은 독일과 이탈리아이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30일 각각 푸틴 대통령과 전화로 천연가스 거래 대금 결제 방식을 협의했다.
푸틴 대통령이 루블화 결제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숄츠 독일 총리는 31일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이 유로화로 대금을 지급하기를 바라고 있고, 유로화로 지급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현재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대금 결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리는 유럽연합(EU)이 합의한 대로 러시아와 체결한 기존 계약을 바꾸지 않고, 유로화로 대금을 러시아에 지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 장관은 이날 프랑스 재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위반으로 이런 계은 협박이라고 했다. 하벡 장관은 우리 푸틴 대통령에 의해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 장관은 “계약은 계약이다”고 강조했다. 르메르 장관은 “내일 더 이상 러시아 가스가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고,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내일(1일)부터 바로 이 계좌에서 가스 대금 결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새로운 결제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현 가스 공급 계약 중단”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직면한 경제난을 의식해 외국 회사들이 루블화가 아니라 다른 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놓았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에만 적용되고, 액화천연가스(LNG) 거래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측이 밝혔다.

또한 외국 수입업체가 러시아 은행에 외화로 송금하면 이 은행이 루블화로 환전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가스프롬의 금융 자회사 '가스프롬방크'가 먼저 외국 가스 구매자들의 신청으로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한 '특별 루블화 계좌'와 '특별 외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외환 대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의 태도를 볼 때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또한 4월에 러시아가 유럽 국가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대금 결제일이 대체로 4월 말이어서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대금 결제 방식을 놓고 당장 충돌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