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특파원 시선]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위력 언제까지 발휘되나

공유
0

[특파원 시선]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위력 언제까지 발휘되나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으로 단기적으로 성공…장기적으로는 위력 감소 불가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을 당장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 에너지를 판매해 하루에 8억 5,000만 달러 (약 1조 370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고, 이를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데 필요한 전비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이 올해 3월 한 달 동안에 올린 총수입이 93억 달러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유럽 국가에 천연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압박하면서 서방 진영의 단일 대오를 흔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동참한 48개 ‘비우호 국가’에 1일부터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를 단행했다. 그렇지만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25%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나 이를 실행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유럽 국가들은 내년 겨울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규모를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고, 오는 2027년까지는 완전히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유럽의 이 청사진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주에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를 당장 중단하면 독일과 유럽 전체가 경기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 러시아와 에너지 거래 감축 또는 중단으로 휘발윳값이 폭등하는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생하면 유럽 국가들의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고,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힘을 잃어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이 한 번 에너지 수입국을 바꾸면 안보상의 이유 등으로 다시는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국제 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러시아 경제가 깊은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올해 2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주요 국가의 전략비축유 동시 방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향후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씩 모두 1억 8,000만 배럴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에는 30개국 이상이 비축유 방출에 동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나는 전 세계 파트너 국가, 동맹국과 비축유 방출을 조율해 왔고, 오늘 아침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가 비상 회의를 소집해 수천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전 세계 국가들이 뭉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