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계획과 관련,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으로 밝혔다. 미주 정상회의 참석차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에서 사우디 방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이라고 답했다. 중동 방문 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엔 "지켜보자"고 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국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난으로 유가가 수직 상승하며 주요 산유국과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가억제르 위해서는 사우디등 OPEC국가의 원유 증산이 시급하다.
한때 대표적인 친미국가로 꼽혔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의 관계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다. 뉴욕증시의 메이저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한 과정을 소개했다. 갈등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사우디 왕실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못 본 척하고 무함마드 왕세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는 통화했으나 실질적인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와는 접촉 자체도 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대화상대 역할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맡겼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직책 중 국방 장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사우디는 또 미국이 예멘의 반군 후티를 테러단체 지정에서 해제한 데 대해서도 불만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원에 나선 것도 사우디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사우디는 또 무함마드 왕세자의 동생 할리드 왕자가 2021년 7월 워싱턴DC 방문 때 홀대를 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할리드 왕자는 오스틴 국방장관 및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사우디의 방공시스템 개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가 요청한 면담 시간을 내주는데 난색을 표명했다. 이에 격분한 할리드 왕자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찬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계획됐던 일정까지 단축해 귀국했다.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는 일정상의 문제를 들어 오스틴 국방장관의 자국 방문을 취소했다. 사우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OPEC 플러스의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거절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