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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로나발 관광산업 위기 태국, '대마산업' 급부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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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로나발 관광산업 위기 태국, '대마산업' 급부상 조짐

태국 동부 촌부리주에 있는 대마 농가가 정부의 대마 합법화 발표를 계기로 분주한 모습. 사진=알자리라이미지 확대보기
태국 동부 촌부리주에 있는 대마 농가가 정부의 대마 합법화 발표를 계기로 분주한 모습. 사진=알자리라

태국 경제는 관광산업이 거의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국 관광객이 쓰는 돈에 의존하는 구조다.

태국의 일자리 5개 가운데 한 개가 관광산업과 관련이 있는 직종에 속할 정도.

그러나 2년 넘게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관광산업이 폭탄을 맞으면서 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태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들은 최근 내놓은 전망에서 올해 태국의 경제성장률을 하양 조정한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가 대마 재배를 합법화하는 뜻밖의 조치를 지난달 발표한데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는 후문이지만 무엇보다 급격한 관광객 감소로 생존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 숨통을 터주기 위한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태국 정부의 의도가 적중했음을 뒷받침하듯 정부의 대마 재배 합법화 발표를 계기로 태국에서 대마 관련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대마 합법화 결정


태국 정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대마 재배 합법화 조치는 유사한 조치를 내린 나라가 아직까지 아시아에서는 없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대마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했던 그동안의 정책 기조와 비교하면 같은 나라가 맞느냐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 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대마를 합법화한 사례로 떠올랐다.
다만 알자지라에 따르면 태국 정부가 대마의 생산과 유통과 관련한 모든 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한 것은 아니다. 의료적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하는 행위, 소유하는 행위에다 음식이나 음료에 타는 행위까지만 합법화한 것이기 때문. 마음대로 대마를 재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이 나라에서는 열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호용으로 대마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으로 남겨뒀다. 공중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우면 여전히 사법 처벌 대상이라는 뜻이다. 민생 경제를 살리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만 대마를 허용했다는 뜻이다.

◇관광산업 위기, 대마로 돌파(?)


알자지라에 따르면 태국 정부가 대마를 허용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대마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나섰을뿐 아니라 관광산업의 위기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단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정부 조치에 적극 호응하고 나서면서 대마 관련 산업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로 태국 보건부는 대마의 합법적인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대마 모묙 100만그루를 무료로 대마 농가에 제공하는 사업을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했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는 정부의 합법화 발표가 있은 뒤부터 대마 성분이 함유된 음료수를 파는 가게에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는 새로운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관광산업 위기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인들의 호응 속에 대마 관련 산업이 빠른 속도로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알자리자는 특히 대마 합법화 조치가 태국 외식업계에 벌써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태국식 해물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매운 소스의 대명사 ‘시라차 소스’에 대마 잎사귀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곰 모양의 젤리로 인기가 많은 구미베어에도 대마향이 도입되고 대마를 우려내는 대마차까지 등장하는 등 대마를 새로운 식자재나 음식의 성분으로 채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자영업자들 “숨통 터주는 조치”


특히 태국 정부의 이같은 규제 완화 조치는 젊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숨통을 터주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관광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태국의 많은 중소상공인들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었는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마 관련 산업이 새로 뜨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는 것.

의료용 대마를 조제하는 일을 한다는 21세의 한 직장인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남자친구가 가정에서 대마를 재배해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고 다른 친구들 가운데서도 대마와 관련한 사업을 새로 시작한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요즘 보면 대마 합법화 조치 이후에 내 또래 친구들 가운데 대마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태국 정부가 엄격하게 정책을 펴지만 않는다면 태국의 대마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가 수십억달러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