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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필리핀, 경제·안보 실리추구의 위험한 게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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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필리핀, 경제·안보 실리추구의 위험한 게임 시작

필리핀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싸움에서 중립을 지키며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핀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싸움에서 중립을 지키며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한국의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48초간 바이든을 만났다. 너무 짧은 시간을 만나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깊이 있는 대화를 했을지에 대한 국내외 논란을 야기했다. 미국이 전통 우방인 한국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한 파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바이든을 만나 정상회담을 나눴다. 미국으로부터 투자 약속도 받았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한국보다 필리핀을 더 중시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리핀은 최근 정권교체를 이뤘다. 새롭게 당선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다시 세계에 ‘필리핀의 진출’을 위해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즉, 전염병과 기후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려고 한다.

새 대통령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한다. 동남아 국가를 위한 섬세한 균형 조치인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를 원하며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국가들이 도움을 줄 것을 촉구했다.

올 봄에 집권한 마르코스는 마약 밀매에 맞서 싸우는 폭력적인 접근 방식과 지지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한 거친 수사학으로 많은 국제 파트너들을 소외시킨 그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와 분명하게 차별화하고 있다.

65세인 마르코스는 유엔 총회의 연례 지도자 회의가 열리는 동안 뉴욕에서 광범위한 인터뷰를 했다. 집권 3개월 만에 그는 활력이 넘치고 열정적으로 보였고 국가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국경 너머로 투영하고자 열망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20세기 초 필리핀이 40년 동안 미국의 식민지로 지낸 이래로 양국 사이에 때때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시금 강화하려고 했다.

마르코스는 전임자이자 아버지인 독재자와 직전의 독재자와 자신을 구별해 법치와 인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추구하는 규범의 질서를 추종할 것임을 드러냈다.
특히, 마르코스는 필리핀에서 매우 극단적인 코로나 정책이 전개되었음을 반성하고 이제 그것을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국가적 의무를 삭제하고 비록 재난 상황이지만 관광객 유치와 비즈니스에 해로운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려고 한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인 해양 정책을 감안해 미국과 밀접했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재현하려고 한다.

마르코스는 필리핀의 이미지가 두테르테 행정부 하에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타격을 입었지만 필리핀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재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 방문의 변을 통해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모두에서 미국 친구들에게 필리핀을 다시 소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르코스는 “팬데믹 이전에 하던 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새로운 글로벌 경제, 새로운 글로벌 정치 상황에 참여하고 중요한 부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필리핀이 갖는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할 때 대단히 중요한 변화다.

이에 화답해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필리핀 대통령에게 40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보장했다. 이는 대단한 투자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투자 약속은 데이터 센터와 제조뿐만 아니라 핵심 정보 기술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부문이다. 이 공약은 11만2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은 대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향후 양안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필리핀은 미국 등 자유주의 동맹에게 주요 군사기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필리핀의 주요 항구들은 대만해협을 우회해야 하는 글로벌 물동량과 유조선의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는 중간 지점이 될 수 있다. 요충지다.

◇필리핀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초래할 부담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더 큰 안보 보장을 희망하지만 미군 자산을 유치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미군에게 그러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은 더 강한 유대를 원하는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마르코스는 미국의 안보 보호와 2019년 양국 간 교역이 거의 미화 500억 달러에 달하는 필리핀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중요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기를 동시에 원한다.

필리핀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실리외교를 추구하며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필리핀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실리외교를 추구하며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필리핀의 2021년 GDP는 총 3600억 달러 규모로, 중국이 수출입 교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

중국은 필리핀의 주요 해외 투자 원천이다. 그의 전임자 두테르테와 마찬가지로 마르코스도 경제를 위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안보 보호를 위해 필리핀은 대가가 필요하다. 미국은 중국의 역내 세력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으로 필리핀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기를 원한다.

마닐라가 각각에서 누리는 혜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두 국가와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임이다.

미국은 필리핀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 이상으로 필리핀을 필요로 한다. 중국은 미국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 남중국해에서 미국 전진 배치군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군대를 현대화했다.

한편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배타적 경제 수역에 대한 간섭 때문에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은 필리핀을 안심시키기 위해 전투기ㆍ군함ㆍ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필리핀 강화된 방위 협력 협정(EDCA)의 이행(두테르테 대통령 아래 중단됨)은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인력ㆍ방위 장비를 필리핀으로 배치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접근을 허용한다면 중국은 경제적으로 보복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력을 정치적 무기로 자주 사용한다. 2017년에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한 후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차단했다. 스카버러 숄(Scarborough Shoal)을 둘러싼 분쟁 가운데 중국은 필리핀 여행을 중단하고 필리핀 바나나 수입을 차단했다.

남중국해에서 적대 행위가 발생하면 필리핀 기지에 있는 미군 자산은 모두 중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마르코스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실용노선을 두고 위험한 줄타기에 도전 중이다. 바이든은 미국의 “필리핀 방위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함으로써 필리핀의 도전에 보답했다.

마르코스와 바이든은 남중국해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9월 초,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긴장이 고조되자, 필리핀 주재 마닐라 대사인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즈는 “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필리핀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에는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5개의 군사 시설과 필리핀 전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군사시설이 존재한다. 이들 지역을 보강하기 위한 건설과 관련하여 “향후 대략 3년이 소요”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중국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는 문제가 없다.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 모든 국가가 향유하는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항상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필리핀을 비롯한 직접 관련 국가들과의 해상 분쟁을 계속해서 적절하게 처리하고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강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발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일반적 군사 통과에 반대하지 않지만,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중국 권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이것은 필리핀에 대한 일종의 공격이다.

마르코스가 경제와 안보 두 가지 당근을 먹기 위해 위험한 게임을 시작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