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언론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거론할 때 으레 쓰는 표현이 ‘연쇄창업의 달인’이라는 말이다.
이들의 표현이 지나친 것이 아닌 이유는 그가 현재 경영하는 굵직한 기업만 따져도 테슬라 외에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굴착 전문기업 보링컴퍼니,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 등 5곳에 달한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트위터까지 주주 자격에서 소유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그의 향수 사업 진출 배경이 아직 자세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머스크 스스로는 트위터 인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언급했다.
◇머스크의 향수 ‘번트 헤어’

13일(이하 현지시간) 더스트리트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올린 트윗에서 “나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은 향수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왜 그동안 이 사업을 벌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처음으로 향수 사업 진출 사실을 공개했다.
다소 뜬금 없는 이같은 글에 많은 팔로워들이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는 이날 트위터에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도록 제가 만든 향수,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를 사세요”라며 자신이 개발했다는 향수에 대한 판촉성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1억명 이상의 팔로워가 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직업을 ‘향수 세일즈맨’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가 막 출시했다고 공개한 이 향수의 이름은 ‘번트 헤어(Burnt Hair)'. 출시된지 몇시간 만에 이미 1만개에 달하는 사전주문 실적을 올렸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그는 “곧 번트 헤어 100만개 사전주문 소식이 뉴스로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번트 헤어 향수는 현재 ‘불쾌한 욕망의 결정체(The Essence of Repugnant Desire)’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보링컴퍼니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보링컴퍼니에 따르면 이 향수의 개당 가격은 100달러(약 14만원)로 내년 1분기부터 배송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도지코인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향수의 결제를 도지코인으로도 할 수 있게 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애틀타임스는 “머스크는 지난달 올린 트윗에서 “많은 사람 가운데 튀고 싶은 향수를 선보이겠며 향수 사업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추가 자금 조달에 세계 최강 영향력 이용

더스트리트는 세계 최강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인 머스크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는 현재 1억900만명 수준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캐나다 가수 저스틴 비버, 미국 가수 케이티 페리에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두고 있다.
더스트리트는 특히 “머스크는 광고나 홍보조직을 따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기업인”이라면서 “팔로워에게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목적하는 바를 이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트위터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이 머스크가 트위터에 당초 제시한 가격인 440억달러(약 62조80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수 사업으로 단기에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