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독일은 생존과 번영을 생각할 때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없다. 중국을 잃으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빈 곳간을 메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인들은 경제적으로 값싼 러시아 가스를 포기한 후 무역에서 이를 메워줄 중국 시장 없이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메르켈 시대에 안착한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발전 전략이 무너질 경우 새로운 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17년 이래 지난 6년 동안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미국을 압도한다. 독일의 대미 수출과 중국 수출의 차이는 210억 달러(2021년에는 각각 1440억 달러 대 1230억 달러)이며 수입 차이는 거의 두 배(미국 860억 달러 대 중국 1890억 달러)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 가운데 40%를 판매한다. 독일 100만 일자리는 베이징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 기업 46%는 중국에서 수입된 재료로 제품을 생산한다.
2022년 1분기에만 독일 기업들이 중국에 100억 유로를 투자했다. 독일의 최대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2030년까지 중국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세계 화학시장의 50%를 차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멘스는 2025년까지 2020년 대비 중국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마르코 폴로’ 계획을 가지고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런 이유로 숄츠는 지난 11월4일 금요일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서방국가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당수로 선출된 후 만났다.
독일 내부에서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 의존한 결과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으면서도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실존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숄츠는 입장이 다르다. 경제와 이념은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 독일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열악한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국내 생산자에 대한 우대가 없는 한 중국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숄츠의 행보는 우방인 미국을 자극한다. 중국의 패권 추구를 억제하고 자유진영 패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 분리하려는 전략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다시 중국·러시아와 접근하면 미국 패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숄츠의 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이 숄츠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외교력이나 힘을 발휘할지, 아니면 방치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