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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젠 개도국 아니다"…WTO 특별대우 중국 제외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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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젠 개도국 아니다"…WTO 특별대우 중국 제외 '한목소리'

2019년 브라질·2020년 인도 BIC 동맹 탈퇴…중국과 다른 길 간다

세계은행, WTO 등의 수장들이 독일 숄츠 총리와 만나서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은행, WTO 등의 수장들이 독일 숄츠 총리와 만나서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특별 및 차등 대우(SDT)' 자격을 두고 미·중 사이의 갈등이 여전하다. 중국은 규범에 따라 ‘개발도상국’에 허용된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미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중상위 소득 국가에 도달한 중국이 여전히 혜택을 누리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대국이면서도 SDT 혜택을 누리는 브라질, 인도와 달리 선택적 수용 전략을 추구한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개도국 지위를 주장해 왔지만, 가입 약속에서 다른 개도국에 비해 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들였다.
WTO 협정은 개도국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고 다른 WTO 회원국보다 더 유리하게 대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특별 조항을 허용했다. 이것을 ‘특별 및 차등 대우’ 조항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 브라질, 인도가 세계 경제 중심 무대로 진입하면서 과연 이들 국가에 계속 특혜를 제공할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았다. 특히 중국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특혜 제외를 강력히 요구했다.

WTO에서는 그동안 신흥 강대국, 특히 브라질ㆍ인도ㆍ중국(BIC)이 전략적 협력과 동맹을 구축해 미국과 다른 전통 강대국과 균형을 맞추려고 해왔다.

다자간 무역 체제에서 이 신흥 강대국 동맹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특히, 브라질ㆍ인도ㆍ중국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결성해 자유진영에 맞서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려고 노력했으며, 글로벌 질서에 새로운 다원주의를 도입하고 서구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거의 20년 동안 이어진 브라질ㆍ인도ㆍ중국의 BIC 동맹은 WTO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고, 신흥 세력이 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목소리와 영향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BRICS의 기대와 달리 이 동맹의 결속은 서로 이익이 달라지면서 일시적이고 비영구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BIC 동맹은 미국 및 다른 선진 산업국의 오랜 지배력을 흔들었으며 신흥 강대국을 권력 결정에 참여토록 했다.

하지만, WTO에서 거의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신흥 강대국의 동맹이 붕괴되고 있다. 이들의 결속을 담보한 기반이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SDT)’였다. 하지만 브라질과 인도가 상황 변화를 고려해 중국을 버리고 동맹에서 이탈했다.

브라질이 가장 먼저 이탈해 미국과 원만한 관계로 돌아섰다. 브라질의 이탈은 경제 우선과 외교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다.

이후 인도도 한때 WTO 협상에서 중요한 힘의 원천이었던 중국과의 동맹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자 이탈하고 있다. 그 결과 WTO에서 주요 동맹국을 잃은 중국은 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 WTO의 신흥세력 동맹

거의 반세기 동안 다자간 무역 시스템은 미국, 유럽연합(EU) 및 소수의 다른 부유한 국가에 의해 지배되었다. 개발도상국은 의사결정에서 제외되고 이익은 소외되었다.

그러나 2001년에 시작된 도하라운드 동안 브라질, 인도, 중국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로 동맹을 맺었고, 다양한 무역 이익과 기타 경쟁 요소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여 협상 노력을 협력하고 조율했다.

그들의 공식적인 교섭 연합은 글로벌 질서의 조율자인 미국과의 충돌에 집중됨에 따라 BIC 동맹이 미국의 힘에 대항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보인 중국은 미국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다른 개도국과의 ‘단결’ 및 ‘연대’에 집중했다.
중국과 인도는 WTO체제에서 개도국으로서의 '특별차등대우'에 대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과 인도는 WTO체제에서 개도국으로서의 '특별차등대우'에 대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자 세계 최대 경제국이기 때문에 일대일 상황에서 미국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인도, 브라질과의 동맹을 통해 ‘일대일이 아니라 미국 대 그룹’으로 대응했다. BIC 동맹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은 힘을 합쳐 도하 협상과 향후 합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기성 강대국의 제안을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자체 이니셔티브를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 신흥 강대국 간의 전략적 협력은 WTO에서 우세한 권력 위계질서를 뒤집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 BIC 통합 위협: ‘특별 및 차등 대우(SDT)에 대한 차별화

WTO에서 신흥 세력을 통합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SDT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개도국 간의 ‘차별화’ 혜택이었다. 다자간 무역 시스템의 핵심 원칙은 경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관세, 보조금, 기타 무역 정책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더 큰 범위를 허용하는 SDT를 개도국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속에서 SDT는 거래 시스템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 중 하나가 되었다. SDT는 개도국이 선진국과 동일한 기준으로 무역 경쟁을 유지해서는 안 되며 WTO 규정에 따라 허용되는 것보다 더 큰 자유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도하 라운드 동안 미국과 다른 선진 산업 국가들은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 등을 고려할 때 SDT를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국가로 확장하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미국 등 선진 경제 국가들은 중국ㆍ인도ㆍ브라질이 개도국 지위를 극복했다고 주장하면서 SDT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 했다. 그러나 신흥 강대국들은 ‘SDT는 모든 개도국에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화의 위협과 더 큰 자유화를 추진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은 신흥 강대국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동맹을 맺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이 되었다.

◇ 브라질ㆍ인도ㆍ중국 동맹의 해산

중국은 브라질 및 인도와 맺은 동맹이 자국의 이익을 사수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이 동맹의 핵심인 SDT 상황에 변화가 발생했다.

거의 20년 동안 지속되었지만 무역 긴장과 SDT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고조됨에 따라 이 동맹은 결국 분열되었다.

2019년 브라질이, 2020년에는 인도가 그 뒤를 따랐다. 브라질과 인도는 BIC 동맹에서 탈퇴했다.

SDT를 둘러싼 갈등은 미ㆍ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트럼프 행정부에서 크게 심화됐다. 모든 신흥 경제국에 대해 SDT를 제한하려고 하는 동안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중국이었다.

세계 최대의 무역국이자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인 중국은 현재 세계 GDP의 16%(인도와 브라질이 각각 3%와 2%에 불과)와 총 상품 무역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격차는 2003년에 BIC 동맹이 결성된 후 극적으로 커졌다. 중국과 같은 대규모 신흥 경제국에 SDT를 제공하는 것은 WTO에 대한 미국의 큰 불만 중 하나가 되었다. WTO가 조직적으로 미국에 불리한 최악의 무역 거래를 구성한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장했다.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WTO 규정을 피하고 특별대우를 받기 위해 개도국이라고 주장할 때 WTO는 무너졌다.

브라질, 인도, 중국을 우대하는 WTO 시스템에 대한 불공정 주장은 트럼프하에서 시작되어 바이든 대통령하에서도 계속되었다. 이는 WTO에서 미국이 등을 돌리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트럼프는 미국 관리들에게 신흥 강대국의 개도국 지위 주장을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2019년 2월 미국은 SDT 운영 방식의 변화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WTO 협정은 ‘호혜적이고 상호 이익’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특정 국가가 개도국으로 ‘자체 지정’하는 관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WTO가 SDT에 대한 기준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으며, 다음과 같은 경우 자격이 없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과정에 있을 경우, 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간주할 경우, 세계 상품 무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였다. 이는 향후 모든 WTO 협정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이 SDT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국과 신흥 강대국 사이 SDT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BIC 동맹 3개국 중 두 나라는 연합을 유지했다. 중국과 인도는 SDT가 ‘근본적’ ‘무조건적’ 권리라는 입장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 지위에 대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주장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들은 신흥 경제국과 선진국 사이에 남아 있는 큰 격차와 경제 발전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정책 공간을 강조하면서 SDT 허용이 WTO 시스템의 ‘형평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인도가 SDT로 강력하게 단결한 반면 브라질은 동맹에서 이탈했다. 브라질, 인도, 중국은 WTO에서 매우 효과적인 동맹이었다. 시장 개방 및 자유화를 요구하는 미국 및 기타 국가의 압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공동 대응하여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브라질은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주요 정책 우선순위가 된 OECD 가입을 허락받는 대가로 SDT에 대한 주장을 포기했다. 동맹에서 가장 먼저 탈퇴한 것이다. 브라질은 이전 동맹 파트너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 편을 들었다. SDT가 모든 개도국의 근본적인 권리라는 주장을 접고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인도도 브라질 이탈을 뒤따랐다. 인도는 중국의 경제력을 활용하려고 동맹으로 발전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확장은 긴장과 모순을 고조시켰다. 인도의 전략적 계산이 바뀌었다.

중국의 경제적 비중이 인도와 다른 신흥 경제국을 크게 앞지르고 커지면서 SDT에 대한 중국의 주장이 힘을 잃었다. 특히 미국이 노리는 주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도와 중국의 동맹은 덜 매력적으로 변했다.

인도의 경우 중국과의 동맹은 SDT를 확보하려는 자체적인 노력에 점점 더 손해가 되었다.

브라질과 인도는 모두 BIC 동맹에서 탈퇴했지만, WTO의 변화하는 동맹 정치에서 각자의 입장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인도는 중국과의 동맹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개도국 리더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브라질은 이제 자국이 선진국으로 대우받기를 바란다.

특히, 브라질은 SDT의 핵심 문제뿐만 아니라 무역 시스템의 ‘시장 친화적’ 조건의 필요성과 중국의 ‘비시장성’에 대한 비판에서 미국과 협력했다.

그러나 브라질과 달리 인도는 WTO에서 미국과 인도의 SDT 권리를 놓고 계속 싸우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적대적이다.

안보 영역에서 인도는 쿼드에서 미국과 협력해 중국에 대항하지만, 인도-미국 관계가 매우 대립적이고 전투적으로 남아 있는 WTO에서는 다르다.

WTO에서 SDT 이슈에 대해 인도는 중국과의 관계를 끊었지만 미국과 관계 재정비를 하지는 않고 있다.

핵심 동맹국을 잃은 중국은 이제 세계 무역 규칙을 개혁하려는 노력의 주요 대상이 된 시점에 WTO에서 고립되고 있다.

이제 동맹국 상실로 중국은 SDT 혜택을 포기하라는 압력에 더욱 취약해질 것인지, 아니면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지 고민해야 한다.

2003년 중국이 처음으로 브라질, 인도와 동맹을 맺었을 때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세계 경제의 17%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이 더 이상 SDT 혜택을 누리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제 중국이 어떤 전략과 입장을 가지고 WTO에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할지 관심을 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