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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7차 핵실험 하더라도 한반도 전략적 균형 변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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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7차 핵실험 하더라도 한반도 전략적 균형 변화 없을 것"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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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
“북한은 향후 몇 개월 내에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다. 북한은 또한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계속하면서 끝없이 기존의 경계를 허물어 갈 것이다. 미국이 한때 금지선(red line)으로 여겼던 미국 본토 타격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에 더는 관심이 없고, 이를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국이고,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차단할 수 있는 길은 현실적으로 없다. 미국은 이런 이유로 북한의 핵 개발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핵확산 방지에 주력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선박을 이용해 해외에 이전하지 못하도록 해상 감시 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제정치학계에서 ‘21세기의 키신저’로 불리는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글로벌 전략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겸 회장은 9일(현지 시간)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핵 공동 연습’ 문제를 놓고 상반된 견해를 밝혀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핵 공동 연습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핵 공동 연습은 핵 비보유국인 한국과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군사 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연쇄 탄도미사일 도발에 한·미 양국이 핵 공동 연습과 같은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대응을 하면 북한이 반드시 역공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 능력 고도화 차단 불가능
미국, 북한 핵확산방지 주력

브레머 회장은 “북한이 예상대로 곧 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이것이 이 지역에서 전략적 균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미국 등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왔고, 미국은 한국·일본 등과 함께 보다 극적이고 조율된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강행해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억제하지 않는 전략적 환경이 이미 조성됐다”면서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북한과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머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금 지정학적으로 북한이 가장 유리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최근 대대적인 군사 도발을 계속하고, 핵무기 법제화를 통해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북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군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게 확실하다고 브레머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전임 정부와 달리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심지어 일본도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 군사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머 회장은 또 미국과 유럽 국가 간 대서양 안보 동맹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태평양판인 ‘PATO’(Pacific Treaty Organization) 결성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지난해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한국의 윤 대통령과 일본 및 호주 정상을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와 같은 다자 안보 동맹 기구를 창설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브레머 회장은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도 동시에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브레머 회장은 국제정치학계에서 ‘제이커브’(J-Curve·국가의 개방성과 안정성 상관관계 이론), ‘국가자본주의’(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자본주의), ‘G 제로’(미·중 양국이 G2가 아니 국제 질서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세계), ‘금융 무기’(Weaponization of Finance·금융자산을 이용한 당근과 채찍의 대외정책), ‘피벗 국가’(Pivot State·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축을 유지하는 나라), ‘지정학적 침체’(Geopolitical recession·미국의 지도력 붕괴에 따른 지정학적 퇴보) 등의 개념과 이론을 정립한 학자다. 다음은 브레머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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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브레머 회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위협이 북한에 미칠 영향은.


“북한은 틀림없이 러시아의 핵 위협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군사 위협 수단이 핵무기이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동원한다면 북한이 유일한 수혜자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 카드’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또한 한국을 겨냥한 군사 도발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렇게 나올수록 한국·미국·일본 간 군사 협력 체제 구축 필요성이 커져 이들 국가의 결속력이 강화될 것이고,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올해 미·중 간 대결 양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의 연쇄 도발과 동시에 중국이 역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대만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잔뜩 끌어올리고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중기적으로 군사적인 충돌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고, 한·미·일 등은 군비 지출을 대폭 확대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 환경으로 인해 군사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윤 대통령은 대북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나.


“미국이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에 탈퇴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복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미국은 그 대신에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IPEF는 느슨한 형태의 경제 협력체에 불과하다. 회원국 간 시장 접근이나 투자에 관한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무역 정책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미국은 안보와 경제를 하나로 묶은 경제 안보 체제를 구축할 생각이고, 그 일부로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 4’ 결성에 주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좌절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불량 국가’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해에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이 나토 회원국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있으나 향후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군사적인 선택이 별로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와 군사·산업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술 핵무기 동원을 비롯한 핵 위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하거나 핵무기 동원 비상 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핵전쟁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핵보유국 간 전쟁에서 어느 한쪽이 핵무기를 동원하면 상대방도 핵 보복을 가해 공멸하는 ‘상호확증파괴(MAD)’의 억지력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유지될 것이다.”

-중국은 어느 선까지 러시아를 지원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막강한 일인 독재체제를 구축했고, 그가 전권을 행사한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로 확대되거나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동원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 제2의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시 주석이 극적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에 비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사태는 중국의 안보와 경제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체제에 편입된 상황에서 서방의 결속으로 중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의 제재 대상이 되면 중국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나.


“지난해에 본격화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쇼크가 올해에도 경제적·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이 충격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것이고, 세계 각국에서 금융시장 불안과 사회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지속해서 올리는 긴축 통화 정책을 선도했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제 긴축 사이클의 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각국이 올해 내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수요를 억누르려고 하고 있어 올해를 넘어서 내년까지도 통화 긴축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어서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

-글로벌 경기 침체가 미칠 정치·사회적 파장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및 정부의 재정 지원 능력 결여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온다. 경기 침체가 왔을 때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하지 못하면 그 기간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선거가 있는 스페인,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폴란드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콜롬비아, 헝가리에서는 재정적인 압박 증가로 금융 불안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겸 회장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겸 회장

◇이언 브레머 회장 약력 △미 툴레인대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후버연구소 연구원 컬럼비아대 및 뉴욕대 교수 ‘내셔널 인터레스트’ 편집장, ‘타임’ 편집위원 글로벌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및 회장 월스트리트의 ‘글로벌 정치위험지수(GPRI) 개발 G 제로 미디어 그룹 CEO G 제로, J-커브 등 국제정치 이론 정립 저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와 그들(Us vs. Them)’, ‘위기의 파워(The Power of Crisis)’ 등 11권.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