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휘발유·임대료 등 상승에 소비자들 부담 가중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내림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그 속도가 느리다고 폭스 비즈니스가 지적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4%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소폭 상승으로 7개월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작년 12월(6.5%)보다 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쳐 둔화 속도가 느려졌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0.5% 올라 12월(0.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늘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6%, 전월보다 0.4%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내림세 둔화로 저소득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특히 식료품 비용이 지난달에만 그 전달에 비해 0.5%가 올랐고, 1년 전보다는 10.1%가 치솟았다. 소비자들이 달걀, 쌀, 고기, 커피 등을 사려고 1년 사이에 10% 이상이 넘는 돈을 내야 했다.
미국에서 월세 상승세도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월세는 지난달에 1년 전에 비해 8%가 올랐고, 그 전달에 비해서도 0.8%가 뛰었다. 월세 상승으로 서민들의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작년 4분기 미국 전역의 평균 소득 대비 월세 비율(RTI)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올라 통계 집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통상 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30% 이상이면 ‘월세 과부담’ 상태로 규정한다. 특히 저·중간 소득 가구에서는 소득 대비 월세 비율이 40%를 넘었다. 뉴욕 거주자의 RTI는 68.5%로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월세로 지출한다. 현재 미국 인구의 약 35%인 4400만 가구 이상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24일 발표된다. 월가는 PCE 지수가 1월에 전달에 비해 0.5%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 기록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변동 폭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도 올해 1월에 전달에 비해 0.4%가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대비 소득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폭스 비즈니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인플레이션 조정치로 0.2% 하락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하면 1.8%가 내려간 것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임금 상승률(ECI)은 5.1%로 집계됐고,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5%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진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각각 늘어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