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되살아난 글로벌 인플레 공포...월가 전망이 모두 틀리는 이유는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되살아난 글로벌 인플레 공포...월가 전망이 모두 틀리는 이유는

미국·유로존·뉴질랜드·이스라엘 등에서 일제히 물가 지표 상승 폭 확대
미국 뉴욕시 맨해튼 월스트리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 맨해튼 월스트리트. 사진=로이터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물가가 하락함에 따라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이번 달에는 다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내에 내려오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지표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에서 물가 상승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브라질,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물가가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미 상무부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5.4% 올라 전년 동월 5.3%에서 0.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PCE 가격 지수 상승 폭이 전년 동월에 비해 커진 것은 7개월 만에 처음이다.

PCE 가격 지수는 지난해 6월 7%에 육박하면서 40년 만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 폭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올해 1월 PCE 가격 지수는 전월에 비해서도 0.6% 증가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 지수도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유럽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식품과 에너지, 주류·담배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정치 전년 대비 5.3% 상승했다. 이는 유로존이 통계를 집계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지난 1일 발표
근원 CPI 잠정치보다 0.1%포인트 올랐다.식품과 에너지 등을 포함한 CPI도 전년 대비 8.6% 올랐다. 이것도 지난 1일 잠정치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유로존 CPI는 지난해 10월 10.6%를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으나 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25일(현지시간) “모두가 경제 진로에 대해 잘못 예측했다”면서 “불길한 징조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를 잡으려는 노력이 아직 효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더욱 고통스러운 일은 경착륙(hard landing)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기존의 경제 법칙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경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 정책 등이 포스트 팬데믹 경제 상황 속에서 과거의 분석 틀에 들어맞지 않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팬데믹 당시에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한 효과가 더 오래가고 있다고 배런스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비자들이 팬데믹 기간에 정부의 자금 살포로 생각보다 많은 저축을 해서 현재까지 이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고, 인력난에 따른 노동 시장 강세로 인해 임금이 올라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국 주택 소유자의 90%가량이 ‘변동’이 아닌 ‘고정’ 주택 담보 대출(모기지)을 이용하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상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미국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주택 구매자들의 약 40%가량이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는 ‘변동’ 모기지를 가지고 있다가 주택 시장 붕괴와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변동 대신에 30년 또는 15년 ‘고정’ 모기지로 전환을 서둘렀고, 이제 변동 모기지는 약 1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해도 기존 주택 보유자의 모기지 상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미국 경제계에서 최근 확산한 ‘무착륙’ (no landing) 시나리오도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배런스가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도, 연착륙도 아닌 무착륙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연준이 물가 통제를 위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무착륙은 결국 경착륙 시점을 늦추는 단기적인 현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착륙은 롤러코스터처럼 경기가 갑자기 냉각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착륙은 경기가 고성장에서 급격한 경기침체나 대규모 실업 사태 없이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연착륙과 경착륙은 착륙(경기 하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착륙 시나리오는 미국 경기가 꺼지지 않고 고공비행을 계속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꺾였으나 고용시장이 뜨거워 침체 기미가 나타나지 않아 무착륙 전망이 나온다고 진단했었다. .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