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칩스법' 정부 지원금 6대 심사 기준 공개...반도체 기업들 발목잡나

공유
1

[초점] 美 '칩스법' 정부 지원금 6대 심사 기준 공개...반도체 기업들 발목잡나

국가 안보·초과 이익 환수·자사주 매입 금지·인력 양성·지역 사회 공헌 등 조건 달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시행에 들어간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 법)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받는 미국과 외국의 반도체 기업은 미 정부가 주렁주렁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53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반도체 기업에 제공하는 대신에 자신이 내세운 국가 아젠다를 실현하려고 한다. 미 상무부는 28일(현지시간) 칩스법으로 정부 보조금 지급 신청을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부 지침을 공개했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신청을 받아 심사할 때 적용할 6대 기준을 제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것은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구상으로, 어떤 회사에도 백지수표를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최우선 고려
미국 정부는 칩스법 시행의 핵심 목적이 국가 안보 강화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 지원금을 받는 미국과 해외 반도체 기업은 미국의 군사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적극 협력하도록 했다. 미국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지원금을 주기에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미 상무부가 밝혔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원하겠다면서 국방부를 비롯한 국가 안보 기관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장기 공급하는 사업을 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무부는 6개 심사 기준을 설명하면서 경제·안보 목적 달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이날 “국방부와 국가 안보 기관은 미국 내 상업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안전한 최첨단 로직 반도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칩스법 시행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겠다는 뜻도 미 정부가 분명히 밝혔다. 이 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세액 공제나 보조금을 지원받는 미국과 외국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가드레일’ (guardrail, 방어망) 조항이 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금이 중국에 대한 투자에 사용되면 지원금을 즉각 회수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에 첨단 제조시설을 짓지 못하고, 만약 '머추어 노드(mature node·40나노미터 이상)' 공장을 확장하면 중국 시장에만 판매해야 한다. 또 반도체업체가 중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 개별적으로 미국 정부가 심사한다.

▲초과 이익 환수
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일정 기준을 넘어선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미국 정부에서 1억 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보조금 신청 기업은 미 상무부에 상세한 재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상무부는 그 계획서를 기준으로 해당 기업과 일정 수준의 초과 이익을 공유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이날 초과 이익을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최첨단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하는 데 반도체 기업의 초과 이익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금지

상무부는 기업 주가를 올리거나 임직원 이익을 챙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자사주 매입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칩스법은 기업이 보조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에 직접적으로 쓰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기한은 5년으로 예상된다.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금이 반도체 생산, 연구, 개발 등에 사용돼야 하고, 자사주 매입에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자사주 매입 때 1%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사주를 매입할 때 부과하는 세금을 현재보다 4배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수익 창출 등 상업성 검토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 신청서를 검토할 때 해당 반도체 기업의 상업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미 정부가 기업이 계속된 투자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지 심사한다. 또 사업의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검증한다. 반도체 기업에 제시한 사업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환경 등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지, 기업이 공장을 건설할 준비와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직원들의 숙련도와 다양성 확보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고, 경제적 약자 채용 계획서도 제출하도록 했다.

▲아동 돌봄 센터와 반도체 인력 양성

상무부는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보육 지원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장 및 건설 현장 인근에 아동 돌봄 센터를립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지역 보육사업자에게 더 많은 어린이를 수용하도록 지원하거나, 직원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아동 돌봄 센터 신설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육아 문제로 수백만 명의 여성이 일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아동 돌봄 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에 관련 입법을 요구해 왔으나 아직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내 인력 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수령 기업들이 공장을 짓는 지역의 고등학교, 커뮤니티칼리지(2년제 지방대학), 대학 등과 함께 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이 지역 고교, 대학 등과 협업해 반도체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 투자 의지와 지역 사회 공헌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의 미래 투자 의지와 지역 사회 공헌 등을 심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건설 자재 사용도 포함된다.

▲보조금 지급 방법

미국 정부의 지원은 직접 보조금, 대출, 대출 보증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보조금에 공식적으로 한도가 설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부가 반도체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을 모두 지원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는 반도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직접적인 보조금을 설비 투자비의 5~15% 선에서 지원하되, 정부 보조금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35%를 절대 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상무부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2030년까지 미국에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로직(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설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첨단 반도체는 로직 5nm(나노미터) 이하, 낸드는 200단 이상, D램은 13nm 이하로 정의했다. 현세대는 5nm∼28nm, 성숙 기술 반도체는 28nm 이상이다.

▲향후 일정

반도체 생산 지원금을 받으려는 기업은 28일부터 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업은 3월 31일부터, 나머지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은 6월 26일부터 신청서를 낼 수 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자재와 장비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올해 늦봄, 연구개발시설에 대해서는 올 가을에 발표하기로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