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여기는 워싱턴] 美대법원, 바이든의 학자금 빚 탕감 제동 예고...경제적 파장은

공유
0

[여기는 워싱턴] 美대법원, 바이든의 학자금 빚 탕감 제동 예고...경제적 파장은

대법원 첫 심리, 약 4300만 명 대상으로 최종 무산되면 신용 불량자 속출 불가피

미국 대법원 앞 대학 학자금 융자 빚 탕감 요구  시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법원 앞 대학 학자금 융자 빚 탕감 요구 시위.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 4300만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대학 학자금 빚 탕감 및 경감 정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28일(현지시간) 약 3시간 동안 열린 첫 심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43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빚 탕감 계획을 추진하는데 대해 일제히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WP), AP 통신,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보수파 대법관들이 ‘5000억 달러’ 탕감 계획이 미 의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한 대학 학자금 빚 탕감 프로그램에 따라 현재까지 약 2600만 명의 미국인들이 학자금 대출 면제 신청했고, 미국 교육부 이미 1600만 명의 요청을 승인했다. 연방 대법원 판결로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 수백만 명이 학자금 빚 상환 문제를 놓고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미 연방 대법원은 오는 7월 이전에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반대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 찬 탕감 안이 합법 판결을 받을 수 없다. 또 미 대법원 판결로 이 문제가 미 의회로 넘어가면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관련 법 제정에 반대할 게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발표한 학자금 빚 탕감 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 성향이나 주요 판결을 할 때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며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많은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일제히 대학 학자금 빚 탕감으로 ‘공정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 예산국은 이 프로그램에 향후 30년간 약 40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4일 대학 학자금 융자 빚 중에서 1만 달러 (약 1300만 원)를 탕감해주고, 저소득층 대상 학자금 지원 제도인 펠그랜트(Pell Grant) 장학금을 받은 사람에게는 최대 2만 달러까지 빚을 탕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학자금 융자 빚 경감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빚 탕감 규모를 일 인당 5만 달러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과도한 빚 탕감에 따른 인플레이션 악화 가능성 등을 우려해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학자금 빚 1만 달러 탕감 대상자는 연 소득이 12만 5000달러(약 1억 6000만원) 이하이고, 부부 합산 25만 달러 이하 소득자여야 한다. 또 연방 정부가 제공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만 이번 조처의 대상자이고, 민간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제외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중에서 학자금 융자 빚이 있는 사람은 4300만 명가량이고, 이들이 안고 있는 채무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일 인당 1만 달러 빚을 탕감해주면 전체 채무자의 약 33%가 모든 학자금 빚을 청산할 수 있고, 전체의 약 20% 가량이 빚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학자금 빚 부분 탕감 비용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납세자가 이번 조처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3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NYT가 전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전에 학자금 빚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람이 약 800만 명가량으로 전체 학자금 빚 채무자의 5분의 1에 달했다. 국에서 대학 학자금 융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0년에 1조 69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학자금 융자 빚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아예 빚 상환을 포기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대규모로 속출하는 위기가 올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