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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중·러 뺀 ‘프렌드 쇼어링’ 구축…글로벌 생산·가격 불균형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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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중·러 뺀 ‘프렌드 쇼어링’ 구축…글로벌 생산·가격 불균형 부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글로벌 무역의 재세계화를 위해 프렌드 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글로벌 무역의 재세계화를 위해 프렌드 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은 구소련이 몰락한 이래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교역을 통해 전 세계 곳곳으로 이를 보급해 세계 질서를 변화하는 흐름을 추진했다. 이를 우리는 ‘세계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세계화에서 이득을 본 중국이나 러시아는 미국식 세계 질서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너무 다른 역사를 가졌고 세계를 보는 시각이 다른 이들은 미국식 세계화에 거부감을 느꼈다.
중국은 세계화에서 얻은 부와 힘을 바탕으로 중국식 현대 사회주의를 세계 질서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체제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중단되고 곳곳에서 진통이 시작되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비롯해 우방이 아닌 국가가 자원이나 제품에 우위를 가질 경우 마땅한 대체제가 없으면 공급망 의존이 높아 종속적 수직관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 발병 책임론을 둘러싼 중국과 갈등에다 공급망 차질 그리고 중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은 미국이 세계화를 지속할지에 대해 재검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전반적 재검토와 내부 여론 재결집을 통해 이제 세계화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를 배제 또는 압박, 견제하는 재세계화를 새로운 질서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재세계화에서 경제 분야의 핵심 기둥으로 핵심 기술이나 공급망을 자국에 두는 온 쇼어링, 낮은 단계이지만 첨단 기술이나 공급망을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두는 니어 쇼어링, 그 밖에 세계화 기간에 분업체계로 구축된 첨단 기술은 중국에서 나와 우방국에 두는 ‘프렌드 쇼어링’을 수립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1년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재편했다.

◇재세계화 흐름은 원활하게 진행되나?


온 쇼어링과 관련 효과를 보고 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최대의 해외 자본의 직접 투자국이 되었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제품을 판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제조산업이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니어 쇼어링도 효과를 보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할 경우 이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하는 것과 같은 혜택을 제공했다.

캐나다는 자원이 풍부해 자원 개발을 위한 해외 투자가 이어졌고, 멕시코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제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프렌드 쇼어링’을 보자. 중국을 빠져나가는 많은 기업이 대체지로 인도와 동남아를 선택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방 국가에서 제조하고 미국이나 서방으로 수출하는 것을 모색했다.

그러나 이 잠재적 솔루션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공장 위치를 동맹국으로 전면 이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전체 비즈니스 모델 내에서 지정학적 위험에 더 많은 고려와 중요성을 할당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잃을 수가 있다. 이는 미국 기업에 큰 피해를 준다. 아직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나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프렌드 쇼어링’을 지정학적 라이벌에 대한 노출을 완화하면서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글로벌 무역 관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이것은 미국이 가능한 한 많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특히 시장 지향적 민주주의와 거래하고 있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를 확보하거나 재확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예를 들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인도가 ‘프렌드 쇼어링’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국가이다. 인도는 지난해 외국인 직접 투자가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치였다. 미국은 남인도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최대 태양광 제조 회사에 최대 5억 달러의 부채 금융을 제공했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도 인도에 투자하고 있다. 이제 아이폰 제조를 중국에서 인도로 이전하고 있다.

EU도 러시아 의존도를 끝내기 위해 ‘프렌드 쇼어링’에 동참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러시아를 제재하였고 주요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을 철수했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러시아 가스와 석유 구매를 차단했고, 러시아 공장을 폐쇄한 이후 EU와 가까운 국가들에 투자를 시작했다.

◇‘프렌드 쇼어링’의 문제점


‘프렌드 쇼어링’은 미국이나 서방의 무역을 동맹국으로 제한하려는 것으로 이는 글로벌 전체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보호무역주의를 초래한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유사하게 대응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전 세계적 분열은 세계 무역에 결코 유익하지 않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최근 보고서는 이 주제에 대해 “대량 탈출의 증거는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EU의 계획은 잠재적으로 국제 상거래를 더욱 분열시킬 수 있다. 무역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세계의 한 부분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시스템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다.

레베카 그린스팬 UNCTAD 사무총장은 무역 흐름이 폐쇄적인 지역화보다 개방적인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된 부분만 수정ㆍ보완하자는 것이다. ‘교역을 통한 변화’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전체를 더 풍요롭게 만든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근 보고서는 “무역이 지정학 기반한 블록 측면에서 더 세분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약 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억제하게 된다.

분석가들은 ‘프렌드 쇼어링’이 시장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정치ㆍ외교안보적 논리를 따라야 하므로 비합리적이라고 진단한다. 재세계화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과 장기적으로는 성장 둔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급망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권위주의 국가에서 멀리 이동하면 오히려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권위주의 국가만이 보유한 혹은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상호 교역을 하면 필요성이 커져 갈등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어느 국가가 우방인지를 결정하는 기준도 미국이나 서방만이 판정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 기준을 둘러싼 방법론에 상당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세계화 담론을 내세우며 미국이 주도하는 재세계화의 문제점을 질타하고 있다.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속적으로 세계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렸다. 교역을 통한 변화, 곧 세계화는 전 세계에 우방을 만든 효과적 수단이었다.

이제 이를 편으로 가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촉발한 것이다.

미국이나 서방이 재세계화에 대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비판, 이를 동조하는 국가들의 비난을 무마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려면 재세계화, ‘프렌드 쇼어링’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프렌드 쇼어링’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배제할 수 있어 글로벌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이점은 소득 수준이 매우 다른 국가를 포함하여 각 국가가 생산 공정에 비교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프렌드 쇼어링’은 이런 시장 논리를 제거하는 경향이 있어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을 증가시킨다.

미국이나 EU도 중국이나 러시아를 세계화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질서 재편기에 누구도 상황 전체를 더 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개 속을 걷고 있다. 미국과 EU는 재세계화 구축 과정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