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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미국 비판' 분위기 조성해 세계화 복원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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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미국 비판' 분위기 조성해 세계화 복원 추구

미국과 중국이 재세계화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전 세계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이 재세계화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전 세계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의 정점은 1990~2004년에 있었다. 연평균 10%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GDP는 2003년에 10.0%, 2004년에 10.1%, 그리고 2005년에는 정부의 경기 냉각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빠른 10.4% 성장했다.

이후 중국은 2010년에는 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드디어 G2에 등극했다. 이 여세를 몰아 중국은 세계 대전략을 구상하고 세계 제패의 꿈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이 이런 구상을 갖는 가장 큰 힘은 경제력이었다. 실질적인 G1은 확실하게 미국이었지만 중국의 경제력 확장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자 일대일로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화된 미국의 중국 견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고 있다. 세계관의 충돌이자 가치관의 차이는 이제 그동안 중국이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국제질서의 틀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화라는 흐름이 중국을 구조적 경쟁자로 만든 체제라고 판단하고 이 틀을 재편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의 정점을 지나 이제 완만한 성장으로 돌아섰다. 자칫 중국은 ‘중진국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성장이 지체되면 영향력도 급감한다. 중국 공산당은 안팎의 위협에 노출된다.

중국의 힘은 경제력에서 나왔다. 만약 중국이 미국이나 서방의 구상처럼 ‘중진국의 늪’에 빠지면 중국은 권위주의 진영에서 영향력이 축소된다. 세계 제패를 향한 ‘중국몽’은 꿈으로 끝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나 서방이 구축한 틀을 비판하는 많은 국가들은 중국이 힘을 잃지 않고 자신들을 지원하고 대변해 주기 바란다. 중국은 이 흐름을 포착하고 활용해 중국식 재세계화 담론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중국에 불어닥치는 안개


중국에게 2022년은 암울한 한 해였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전체적으로 중국 압박에 나섰다. 교역은 여전하나 나머지 분야에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2022년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수입은 7.5%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기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of China)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GDP는 2021년 8.4%에 비해 2022년에는 3% 성장에 그쳤다. 올해 성장률은 기저효과도 있지만 5% 성장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인구도 6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중국의 퇴직자 수는 2021~2025년 사이에 4000만 명을 초과할 것이며, 이는 연평균 80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이다. 이는 모두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간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해당 기간에 평균 약 700만 명이 감소할 것이며, 이는 경제가 정점을 지난 시기였던 2016~2020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2022년 IMF 보고서에 따르면 서반구 기업의 82%가 자국 내에서 중간재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중국 경제의 축소를 초래한다.

미국과 서방은 반도체, 생물 의학, 대체 에너지, 대용량 배터리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한 핵심 산업에 점점 더 보호주의를 취하고 있다. 중국 견제목적의 조치이다.

새로운 보호주의 시대의 산업 정책은 ‘동맹 기반’ 공급망의 개발, 우방이 아닌 국가나 지역의 배제 및 봉쇄와 같은 차별적인 조치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식 재세계화 대응 전략, 국제기구 활용과 담론 조성


이런 역풍 속에서 중국의 거시 경제정책은 2022년 말에 방향을 전환했다. 엄격한 코로나 봉쇄 조치를 갑자기 해제했다. 공급망 중단이 완화되었다.

베이징은 경제 회복을 위해 대내외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았다. 그동안 단행했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전환해 공정한 경쟁 기회가 민간에게 보장될 것임을 천명했다.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철폐도 약속했다.

실제 부동산, 제조업, e스포츠, 과외, 인터넷 금융 등 분야에 대한 개입과 투자 제한을 완화했다. 고위 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계획 경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시장 질서는 활력을 되찾고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대부분의 싱크 탱크와 학자들은 중국 경제가 2023년 2분기에 회복되어 새로운 기하급수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중국식 현대화’다.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의 현대화는 산업 시스템, 혁신 및 국제 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된 생산 모델이 풍부한 상품, 서비스 및 기술확산으로 중국을 강한 나라로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 본격화되는 미국 주도의 보호주의와 진영 대립이 아직 전체 국력에서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으로서는 불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가 글로벌 무역질서를 위협하고 그동안 세계가 누렸던 분업의 효과, 공존의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담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중국은 미국이 무역 차별에 해당하는 국가 안보 예외를 남용했다고 비난하며 미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했다.

EU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미국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3690억 달러의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허용했는데, 이것이 WTO의 비차별적 요건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주장에 유리한 움직임이었다.

2023년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무역을 동맹 내로 제한하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비효율, 복제 및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반복했다. 이 주장에 동조하는 국가나 기업은 실제 적지 않다. 심지어 미국 기업들도 이에 속으로는 호응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세계화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국가나 지역에서 다자간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가능한 한 빨리 부활하는 것이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유리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는 중국식 재세계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는 중국식 재세계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사진=로이터

그러나 WTO 체제에서 주목할만한 돌파구는 거의 없다.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역 협정 국가 간의 투자 분쟁 중재 메커니즘도 제한적이다. 이는 중국이 국제기구를 통해 미국이나 서방의 중국 견제를 회피할 수단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행위를 비판하는 담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담론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 명분 싸움에서 유리하고 향후 UN에서 이슈를 결정할 때 지지세를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로 중국은 2023년 1월 WTO 비공식 각료회의에서 WTO에 대한 중국의 4대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첫째는 2024년까지 완전하고 잘 작동하는 메커니즘 설치를 목표로 중립성, 집행 가능성 및 2단계 판결과 같은 핵심 기능을 보존하는 분쟁 해결 메커니즘의 개혁을 촉진하는 것이다.

둘째는 2023년 상반기에 투자 촉진 협상을 마무리하고 전자상거래 협상을 연내 종료하여 WTO 규칙이 시대에 발맞추도록 수정하는 것이다.

WTO에서 세 번째 우선순위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무역 제한 및 보조금 경쟁에 반대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과도한 보조금을 받는 농업 문제와 이로 인해 국제 식량 가격이 왜곡되는 문제를 해결하여 세계 식량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다.

2022년 말과 2023년 초, 중국의 외교 활동은 중국이 개발도상국과의 경제 협력을 촉진하고 독일, 프랑스, 호주와 같은 선진국과의 무역 정책에 대한 의사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3년 1월에 친강(秦康) 중국 외교부장은 공정한 부담 분담 원칙에 따라 아프리카의 부채 부담을 완화할 것을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촉구하며 이런 의도를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재세계화는 시장에 개입하고 방해하려는 근시안적이고 정치적 음모라고 비난하면서, 세계 시장은 미국의 압력과 무관하게도 여전히 통합되고 있으며 더욱 효율적으로 재조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자국이 주최하는 각종 국제행사나 외국 정상 초청, 자국이 진출한 해외에서도 자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언론과 SNS를 활용해 중국이 제기하는 담론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통합을 촉진하고 약한 국가를 돕는 일을 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대한 현재의 비관을 극복하고 개방된 중국 경제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중국 안팎으로 보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