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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견고했던 美 노동 시장 '파열음'이 커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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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견고했던 美 노동 시장 '파열음'이 커지는 이유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주당 노동 시간 ·자발적 퇴사자 감소

미국 노동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노동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견고해진 미국 노동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금융 혼란, 고물가, 고금리 사태 속에서도 흥청망청했던 미국의 노동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강력했던 미국 노동 시장에서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나는 등 균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3월 26∼4월 1일)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22만 8000 건으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실업 수당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건을 넘어선 것은 3월 초에 이어 4주 만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지난주부터 계절별 실업 변동과 관련한 통계 기준을 변경한 탓에 청구 건수오히려 전주보다 8000건0 건 감소한 것으로 수정됐다. 전주(3월 19∼25일) 실업 수당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 8000건으로 발표됐으나 새 기준을 적용 4만 8000건이 늘어난 24만 6000건으로 조정됐다.

최소 2주 이상 실업 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 수당' 청구 건수도 새 기준이 적용됐고, 180만여 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 최근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고 바람이 다른 산업 분야로 널리 확산하지는 않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56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고,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98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기업들이 고용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노동 시장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WSJ은 “지난해 4월에 자발적 퇴사자가 3%에 달하는 기록이 나왔으나 그 이후 줄곧 이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는 재취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분야 노동자들의 주간 평균 근무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 커미셔너 출신의 캐서린 아브라함 메릴랜드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1월 1일을 기준으로 미국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36.887시간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는 37.490시간이었고, 2019년 10월 1일에는 37.800시간이었다.

줄잡아 미국인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지난 3년 사이에 30분가량 줄었다. 신용석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는 최근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회의에서 고학력, 고임금, 젊은 층의 노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평균 1시간 30분가량 줄었다고 신 교수가 밝혔다.
WSJ은 “민간 분야 근로자의 노동 시간이 감소하는 것은 기업들이 인력난 완화로 굳이 기존 직원에게 장시간 근무를 강요할 필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기업들이 수요 약화와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 고조에 따라 직원 해고에 앞서 이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전날 3월 민간 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14만 5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당시의 26만 1000개 보다 10만 개 이상 줄어든 것이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1만 개를 크게 밑돈 것이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 2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93만 건으로 전월보다 63만 건이 감소해 거의 2년 만에 1000만 건 아래로 내려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