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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中 세계 담론시장 장악 경쟁…시진핑의 ‘차밍 외교’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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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中 세계 담론시장 장악 경쟁…시진핑의 ‘차밍 외교’ 통할까?

세계화 복원·평화 공세·개도국 부채탕감 등 노력에도 회의론 여전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를 중재하며 미국이 주도하던 글로벌 외교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의 외교를 중재하며 미국이 주도하던 글로벌 외교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올 초부터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과 제3세계를 대상으로 대외적 이미지 개선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담론시장에서 결투를 펼치려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강자가 다음 시대를 두고 누가 주도할 것이냐에 대한 힘겨루기 일환이다.

미국은 전통의 패권 국가로서 자유 진영을 대표하며 중국이 ‘마르크스 레닌 주의에 입각한 현대 사회주의’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는 데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을 좋아하는 측과 중국과 시진핑을 선호하는 측으로 나뉜 가운데 글로벌 담론을 두고 이들이 펼치는 ‘차밍 외교’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시진핑이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친중 국가를 제외하고 중국의 세계화 복원 담론 제시와 ‘차밍 외교’에 회의적 반응이 우세해 보인다.

◇중국의 대외 이미지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반응들


지난해 10월에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일본, 한국, 호주, 스웨덴 응답자 가운데 5분의 4가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반응했다.

중국이 도전장을 보낸 미국에서는 여론 악화가 뚜렷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시 주석이 취임했을 때 미국에서 대략 10명 중 4명이 중국에 대해 “호혜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남중국해 대립에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으로 양국 관계의 마찰이 커지면서 부정적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졌다.

2018년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빠르게 나빠졌고, 코로나가 중국 국경을 넘어 확산된 것이 분명해진 2020년 3월까지 4분의 3 이상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신장 인권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동반자 관계를 강화한 후에는 82%가 부정적으로 보는 등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이들 국가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서를 이용해 부담 없이 중국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하여 칩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했다. 당초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견제에 불만을 표하던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민들의 여론이 극도로 나빠지자 미 정부 조치에 어쩔 수 없이 호응하고 있다.

사례는 더 있다. EU27은 2022년 10월에 외무장관 회의와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EU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더 강력한 글로벌 경쟁자가 됐다. 이에 중국을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과 보다 직접 경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음에도 중국이 여전히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대만 위협 및 홍콩·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교역과 과학기술 분야 교류에서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

2019년에 EU는 대중국 전략에 대해 “협력 파트너이자 경제적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했다. 중국의 대외 이미지 악화로 중국에 대한 규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강압적 늑대 외교에 피해를 본 한국과 일본, 호주 모두 80% 정도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려면 이런 여론 지형으로는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가난한 일부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서는 그들 진영을 대표할 수는 있어도 미국을 대체해 패권을 차지할 수 없다.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 본격화


지난 3년은 중국의 세계적 이미지가 최악의 시기였다. 코로나 발병 책임론 관련 부인과 자화자찬은 코로나로 경제적 고통은 물론 주변 사람들이 많이 죽은 서구인들에게 중국의 몰염치는 큰 충격을 주었다. 불필요한 전쟁으로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유럽의 에너지 고통 야기, 식량난, 억울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죽임과 난민화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푸틴을 지지한 데 대해 국제 여론은 극도로 나빠졌다.

이에 중국은 긴장했다. 이런 흐름을 방치할 경우 ‘중국몽’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중국인들도 국제사회에서 나빠지는 여론을 체감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과거 중국 경제가 호황일 때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상대국으로부터 호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경제도 예전만 같지 않다. 국내 경제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중국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문제를 전략적으로 우선 처리하면서 대외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핵심 테마는 ‘세계화 복원’, ‘평화 공세’, ‘부채 탕감’이다. 우선 담론시장에서 ‘세계화 복원’을 주장한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해 온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힘들어하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각국의 정상과 기업 CEO를 중국으로 초청해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로부터 외교적 고립을 차단하고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목표로 세계화 복원, 자유무역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리창 총리는 애플의 팀 쿡을 포함하여 베이징을 방문한 글로벌 경영진에게 “비 온 뒤의 무지개를 내다보라”고 권고했다. 그는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공동 부유’를 위해 부정부패 단속 과정에 사라졌던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복귀를 허용했다. 마윈의 부재는 민간 부문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지배를 상징하는 리스크였다.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그러나 그 뒤에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그러나 그 뒤에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사진=로이터

이는 공산당의 기업 지배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동시에 주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장친화적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다음은 평화 공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 정상화 합의 중재에 이어 푸틴을 만나 ‘평화 중재안’도 발표했다. ‘평화를 위한 순방’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나라에 대한 부채도 탕감했다. 많은 가난한 나라와 신흥국들이 국가부도 위기 앞에 놓여 있는데 이 부채 가운데 대략 40%가 중국에서 빌린 것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책임론을 강력히 요청했고, 중국은 이에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 스리랑카에 대한 부채 탕감 협정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자금난에 처한 개발도상국이 의무를 재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이미지 개선 뒤에 가려진 모습들


그러나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은 여전히 암흑 속이다. 대만 공세를 보자. 여전히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무력시위를 한다. 이는 남중국해 지역의 최대 긴장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핵을 2030년까지 900발 넘게 늘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신장의 소수 민족 처우, 홍콩의 정치적 반대 세력 진압은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의 의도에 대해 깊은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12개 항목을 발표했을 때, 워싱턴과 브뤼셀에서는 이 계획이 러시아에 너무 유리하게 구성되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세계화 복원 담론에 대해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먼저 위반한 것은 중국이라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세계화에서 최대의 혜택을 누리고 그 체제 해체를 추구했으면서도 재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중국이 어려워지자 세계화를 복원하자는 것은 취지는 옳으나 그 의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여론이 높다.

중국이 올해 5%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여전히 중국과 교역 규모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많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다.

◇미국도 개선할 여지는 많아


중국의 패권 장악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 미국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류가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를 새로운 질서의 규범으로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산당 일당 독재나 권위주의가 세상을 주도할 경우 세계는 암흑천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등 권위주의 대표 국가나 이들을 추종하는 일부 독재 국가들의 미국식 민주주의, 신자유주의가 보이는 문제점 제기가 전혀 가치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선을 부정하는 일부 극단적 시민들, 문화나 전통이 다른데도 미국식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를 일방적으로 강요한 과거의 패권국 이미지, 필요할 경우 우방이고 활용 가치가 없으면 군사적 지원이나 경제적 호혜를 철회해 왔던 대외 정책에 불신이 여전하다.

만약 미국이 권위주의 국가에서 제기하는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폐단 수정에도 재세계화 노력만큼 정성을 기울인다면 상황은 미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흔들리는 미국의 글로벌 질서 유지권 행사는 다음 세기에도 확실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