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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윤 대통령 국빈 방문 앞두고 도·감청 파문 진화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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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윤 대통령 국빈 방문 앞두고 도·감청 파문 진화 '전전긍긍'

美, 법무부가 조사 중이라며 한국 정부에 결과 통보하겠다고 밝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미국 정보 당국한국 정부 고위인사를 대상으로 한 도·감청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 당국은 뉴욕 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이 상세히 보도한 도·감청 관련 문건의 진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사는 이들 문건이 일부 편집됐을 수 있으나 ‘가짜’ 또는 ‘위조’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도·감청 의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9일(현지시간) 현재 한국 정부 측에 조사 결과를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한국 대사관도 미국 정부 측과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국 정부가 의혹 문건이 확인된 것이 아니고, 한미 동맹이 확고하다며 이번 보도를 뭉개려 한다”고 보도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9일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의 전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말했다.
대통령실은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NYT 보도 내용을 검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해당 사안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파문 확산을 막으려고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번 의혹으로 한국의 대미 감정이 악화하면 12년 만에 이뤄지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퇴색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는 9일 “우리가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법무부에 조사를 공식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가 포함됐다. 또 이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는 도·감청 의혹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문건에는 미국의 우방국인 영국, 이스라엘 등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건이 트위터와 인스턴트 메신저 ‘디스코드’(Discord) 등 쇼셜 미디어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쇼셜 미디어의 정부 기밀 문서에 관한 정책이 있지만, 회색 지대가 있어 이 정책이 일률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NYT가 지적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도 의혹 문건 삭제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그래, 인터넷에서 완벽하게 지워보시라. 그러면 무엇을 감추려 했든 완벽하게 더는 관심을 끌지 않을 것 아니냐”고 적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된 해당 문건 중 최소 두 대목이 한국 정부 내에서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 논의가 진행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건에는 이문희 전 비서관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변경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공식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김성한 전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회담과 무기 지원을 거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폴란드에 포탄을 수출하고, 폴란드가 이를 다시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NYT는 문건에는 정보가 미국 정보 당국이 전화 및 전자메시지를 도청하는 데에 사용하는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보고에서 확보됐다는 표현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NYT는 한국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국 정보 당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요한 동맹에 대해서도 '도청'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문건에 한국과 이스라엘, 영국 등 우방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국내 문제와 관련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