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기관 부실로 금융 혼란 폭발 위험 상존

그림자 금융은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은행의 투자전문자회사(SIV) 등과 같이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업을 말한다. 이들 금융기관은 구조화 채권을 비롯한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새로운 유동성을 창출한다. 그러나 일반 금융시장과 달리 투자 대상의 구조가 복잡하고, 손익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그림자 금융이라 불린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연금펀드와 보험사, 헤지펀드, 뮤추얼 펀드 등을 아우르고,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제적인 금융감독기관인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지난해 비은행 금융기관의 글로벌 금융 자산은 239조 달러까지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 금융자산의 49%에 이른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간 성장률이 7%에 달했다. CNN 비즈니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리를 올림에 따라 전통적 은행과 함께 비금융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가 낮을 때는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비은행 금융기관에 돈을 맡겼다. 금융 규제 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으나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금리가 치솟자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은행권의 자산 비중이 커진 탓에 그림자 금융 분야에서 문제가 생기면 은행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은행 금융 분야가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ECB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시작되면 상당한 신용 손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투자자들의 연쇄 상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금·채권·주식 등 유동성 자산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유동성 미스매치(liquidity mismatch)'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뮤추얼 펀드 중 하나인 '개방형 편드(open-ended fund)'는 펀드의 만기가 올 때까지 중도에 돈을 인출(환매)할 수 없도록 설계된 폐쇄형과 달리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중도 환매할 수 있는 펀드다. 위기를 느낀 투자자들이 일제히 환매를 요구하면 유동성 미스매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비상 자금에 접근할 수 없고, 각국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실패한 비은행 금융기관에 회생 자금을 대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 사태 이후 중형 규모의 지역 은행에 대한 당국의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은행뿐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 헤지펀드, 가상화폐까지 포괄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 이른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이먼 JP모건 CEO는 주주 연례 서한을 통해 "비은행 금융기관이 과연 고객에게 제때 신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대부분의 비은행 금융기관은 신용 제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