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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가격 영향없네"…바이든, OPEC+ 감산에도 '여유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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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가격 영향없네"…바이든, OPEC+ 감산에도 '여유만만'

석유 시장 예측 가능·가격 변동성 적은 국면 돌입 자신감

석유수출기구 OPEC 로고 앞에 놓인 석유 채굴기 피규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석유수출기구 OPEC 로고 앞에 놓인 석유 채굴기 피규어.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달리 자극적 언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석유 시장의 안정성과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지난해와 달리 사우디에 대한 비난 없어


지난해 바이든이 사우디를 방문해 증산을 부탁했을 때 이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감산을 결정했을 당시 미 정부는 물론 의회에서 사우디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실제 사우디를 압박하는 조치는 특별 없었다.

이번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 문제로 고심 중인 가운데 감산을 단행해 미국 정부를 비롯해 전 세계 석유 수입국에 유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었음에도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바이든 특사가 사우디로 달려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제 미국은 사우디가 중국으로 더 다가서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고 감산 문제가 당장 미국을 자극할 만한 이슈가 지금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석유 시장의 안정성과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


미국이 이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감산이 미국과 세계 경제 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해 감산만큼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이자 세계 경제인 미국이 석유 시장이 예측 가능하고 변동성이 적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믿는 것 같다.

작년에는 급증하는 수요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해 유가의 상승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압박했다.

하지만, 올해 석유 가격은 80달러 수준으로 안정되었고 미국 석유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냉각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몇 달 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적신호를 보였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석유의 수급 우려를 상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를 러시아산 싼 석유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인도의 석유 소비도 이제 러시아산 석유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생산되는 석유 증산도 감산의 영향을 어느 정도 줄일 것이다.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박은 여전히 위협적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골드만 삭스의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연말 목표가를 배럴당 95달러로 높였다. 높은 에너지 가격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되어 미 연준(Fed)이 금리 인상을 촉발하고 경기침체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올해 남은 기간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어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매파적인 입장을 촉발할 수 있다.

한편, 미래 시장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미국 휘발유 재고는 작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신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총 휘발유 재고는 2억2257만 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7% 감소했다. 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로 이 비축유를 다시 방출하기는 쉽지 않다.

◇사우디의 감산 의지와 시장 반응


사우디와 OPEC+는 오는 5월에 감산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휴가철로 들어가는 시즌으로 석유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이다. 이런 가운데 만약 사우디가 오는 8월 남아공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가입 신청이 확정될 경우 사우디는 시장 상황을 봐서 몸값을 더 높이기 위해 감산을 추가로 더 할 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추가 감산이 이뤄지면 석유 시장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가가 안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