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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화 '황혼기' 맞나...6개월간 10% 가치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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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화 '황혼기' 맞나...6개월간 10% 가치 하락

전문가들 "기축통화 영향력은 최소 수십년 이어질 것" 전망도

기축 통화와 준비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축 통화와 준비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 결제 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져 달러 지배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미국의 긴축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와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노력으로 최근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17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많은 전문가가 아직은 달러화가 기축 통화의 지위를 잃을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6개월간 달러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하며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이날 자산운용사 유리존(Eurizon)의 분석을 인용해 국제 결제 통화로서 달러화의 비중이 지난 20여 년 동안 줄곧 하락해왔고, 지난해에는 하락 속도가 10배가량 빨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리존은 달러화의 국제 무역 지배 구조가 당장 도전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 비즈니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국 외환 보유 중에서 달러화의 비율은 58%를 차지했고, 중국 엔화의 비율은 2.7%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외환 보유 비율이 유로화는 20.5%, 일본 엔화는 5.5%, 영국 파운드화는 5% 등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연간 현금 거래의 약 90%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급락했다고 유리존이 주장했다. 준비통화는 금과 더불어 대외 지급을 위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통화를 뜻한다. 글로벌 준비통화 중에서 달러화의 비율이 2003년에는 약 3분의 2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는 55%, 2022년에는 47%로 내려갔다. 1년 사이에 이 비율이 8% 포인트 하락한 것은 과거에 비해 하락 속도가 10배가 빠른 것이라고 유리존이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글로벌 준비통화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미국이 유럽연합 (EU) 등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파상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하자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달러화 보유 비율을 줄였다. 그 대신 유로의 비율은 5% 포인트가량 뛰었고, 위안화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중국은 위안화가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에는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선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기업들에게 달러나 유로 결제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지난해 2월부터 중국 위안화는 달러를 제치고 러시아의 최대 무역 결제 수단이 됐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는 역대 가장 큰 1900억 달러(약 247조원)로 커졌으며 결제 대부분은 위안이나 루블로 이뤄졌다.

중국은 브라질도 ‘탈달러화’에 끌어들였다. 지난달 중국과 브라질은 양국 간 무역 결제 수단으로 위안과 헤알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BRICS) 국가들을 대상으로 달러를 대체할 화폐를 지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기세를 떨쳤던 ‘킹달러’ 현상도 주춤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지수인 ICE 미국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 114.787까지 올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현재까지 12% 넘게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올렸으나 곧 금리를 동결하고, 다시 금리를 내리는 피벗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빈 로 글로벌 전략가는 “달러가 여전히 너무 비싸고, 연준이 정말 금리 인상을 끝낸다면 연말까지 달러 약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축 통화로서 달러화의 영향력이 최소한 수십 년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내다봤다. UBS 그룹의 솔리타 마르첼리는 “특정 통화의 글로벌 통화 지위가 사라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축 통화의 지위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더라도 해당 통화의 경제력과 명성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마켓워치는 위안화가 달러를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수년 동안 있었으나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 비중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고, 외화보유액에서도 소폭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로화 정도를 제외하면 유동성이나 전환 용이성, 신뢰성 측면에서 달러화 비교할 수 있는 통화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